인천 남동구의 최대 도시개발사업지구인 논현동에 장례식장을 갖춘 요양병원 건립이 추진되면서 인근 주민과 갈등을 빚고 있다. 업체 측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주민들은 장례식장이 들어서면 주거환경이 나빠진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관할 지자체인 남동구는 '민-민 갈등'에 개입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어 양측의 갈등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인천의 건설회사인 D사는 논현동 미추홀외국어고 인근 1만4천721㎡의 부지에 450병상 규모(지상 10층)의 재활요양병원을 짓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가정의학과와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신경과를 비롯한 8개 과목을 진료할 재활요양병원은 암 환자를 위한 호스피스 서비스도 제공한다. 또 20실 규모의 장례식장도 함께 운영할 방침이다.

이에 인근 주민들은 "장례식장이 포함된 병원이 들어서면 주거 환경이 악화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병원설립 예정 부지 맞은편에는 대규모 단독주택 밀집지와 1만여 가구가 입주한 '한화에코메트로아파트단지'가 있다. 부지 500m 이내에는 미추홀 외고를 비롯한 초·중·고교 8곳이 위치해 주민들은 학습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오원복(65) 에코마을 입주자회장은 "아파트와 단독 주택이 밀집한 주거 지역 한복판에 장례식장을 갖춘 병원이 들어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인천시와 남동구가 병원 용지를 매입해 지역 발전을 위한 시설을 건립하거나 주민들이 이해할 만한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협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업체 측은 "이미 주민과 학부모들의 요구에 따라 여러 차례 사업계획을 변경했음에도 주민과 학부모들의 입장 차이로 번번이 반대에 부딪혀 사업을 진행하지 못해왔다"며 계획대로 요양병원 건립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업체 측은 "주민과 학부모들이 원하는 대로 사업계획을 변경하려고 하면 그때마다 주민이 반대하거나 학부모가 반대했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데도 주민 민원 때문에 사업을 수년째 진행하지 못하는 피해가 너무 크다"고 했다.

실제로 업체는 지난 2015년 종합병원 건립을 추진했으나 미추홀외고 학부모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지난 4월에는 종합의료시설을 주거복합으로 용도를 변경해 아파트·오피스텔 등을 개발하기 위한 지구단위계획 변경 추진도 인근 아파트 주민 반대로 실패했다.

업체 측은 최종적으로 요양 병원을 건립하기로 하고, 설계 변경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부지는 종합의료시설로 대형병원뿐만 아니라 7개 진료 과목, 300병상 이상의 요양 병원 입주가 가능하므로 요양 병원 설립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는 상태다.

업체 관계자는 "3년여 동안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여러 차례 사업 계획을 변경하면서 이자 등으로 수십억원의 손해를 입고 있다"며 "장례식장 위치도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