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가구 1소유 정책' 50년 넘게 고수
30여년간 신규 분양에만 의존
기존 주택시장 고사상태 빠뜨려
집값 내려가면 되레 사는사람 없고
안 지으면 모자라 가격상승 '악순환'
1962년 제1차 경제개발5개년계획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된 우리나라 주택정책은 지난 3년 동안 연평균 약 35만호를 건설해 2015년 기준으로 총 주택 수 1천636만호에 주택보급률 102%라는 경이로운 실적을 나타내고 있지만 아직도 남의 집에 사는 가구가 수도권의 경우 45%에 이르고 있으며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만 가고 있다. 주택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우리나라만 겪고 있는 문제도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잘 산다는 북유럽의 스웨덴이나 덴마크 같은 나라도 국가에서 제공한 공공임대주택 약 18%를 포함해 임대주택에 사는 사람들이 36%나 되는 것을 보면 주택문제는 유토피아에서도 해결될 수 없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다. 이렇게 볼 때 우리나라의 서민들은 언제까지 세입자의 서러움에 시달려야 할지 알 길이 없다.
우리나라 주택문제의 가장 주된 원인은 지구상에서 어느 나라도 실현하지 못한 1가구 1소유 주택 정책을 50년 넘게 고수해오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 때문에 우리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정책적 오류를 저지르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1가구 다주택에 대한 징벌적 과세라 하겠다. 현재 정부의 공공임대주택이 5%에도 미치지 못한 상황에서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돼야 하는 공공임대주택이 획기적으로 늘어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그동안 다주택 소유자들이 집값 상승으로 많은 이익을 취해온 것도 사실이지만 정부가 해야 할 임대주택의 공급을 30% 이상 담당해 왔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최근에 와서야 뉴스테이사업으로 기업들로 하여금 임대주택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긴 했으나 앞으로 임대주택의 확대를 위해서는 다주택소유에 대한 징벌적 과세를 철폐하고 민간자본을 적극적으로 임대주택시장에 끌어들일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주택시장을 활성화시키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난 30여 년 동안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거의 신규분양에만 의존한 채 기존주택시장을 거의 고사상태에 빠뜨려 왔다. 주택관련 세금의 80% 이상을 취득세, 등록세, 양도세 등 1회성 거래세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주택을 사고 팔 경우 과도한 거래세 때문에 다시 그만한 집을 살 수 없는 구조로 돼 있어 주택시장이 활성화되기란 어렵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 거래세는 거의 없이 보유세 중심으로 과세함으로써 투기를 억제하고 주택시장을 활성화시켜 안정된 지방세수를 확보하고 있다. 우리도 미국처럼 주택소유자가 최종적으로 주택시장에서 빠져나갈 때까지 국가가 양도세를 유예해주는 제도적 장치를 통해 주택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집값은 내려가야 한다는 정책의 착각이다. 물론 과거처럼 집값이 일 년에 두, 세배씩 오르는 것은 문제가 많지만 집값이 내려간다면 아무도 집을 사려고 하지 않는다. 집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일수록 집값이 내려간다면 집을 살 수가 없다. 집값이 내려가면 전세나 월세는 올라가게 되고 집을 사지 않으니 집을 짓지 못한다. 집을 짓지 않으면 집이 모자라게 되고 결국에는 집값이 오르게 된다. 이렇게 집값의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결국에는 집 없는 사람만 어려움을 겪게 된다. 집값이 오르는 것이 투기꾼들의 작당 때문이라고들 알고 있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집값이 오르고 내리는 것은 온전히 정부의 정책 때문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한다. 우리가 좋은 정부를 가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양윤재 대우재단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