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에서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 주말 열린 봄꽃 축제에 참여하려다 포기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상춘객들로 인해 이날 영업에 나서면 매출도 반짝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은 있었지만, 미세먼지 농도가 높다는 예보에 어쩔 수 없이 쉬기로 한 것.

'오픈 키친'인 푸드트럭 특성상 청결을 1순위로 생각해 온 A씨에게 미세먼지가 사라질 줄 모르는 요즘은 힘겹기만 하다.

A씨는 "날이 풀리기만을 기다렸는데 정작 미세먼지가 극성"이라며 "몇푼 더 벌겠다고 미세먼지 묻은 음식을 팔 수는 없다는 생각에 쉬었지만 뾰족한 해결책도 없어 앞으로가 더욱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푸드트럭 외에도 분식 등을 판매하는 노점상, 전통시장 상인 등도 미세먼지의 피해자들이다.

수원 지동시장의 한 상인은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다들 대형마트로 가는지, 전통시장 방문객이 줄어든다"며 "시장에 와서도 가게 앞 매대에 내놓인 과일이나 채소 대신 박스에 보관된 것을 달라는 손님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세먼지에 우는 이들이 있다면, 반대로 미세먼지가 반가운 이들도 있다.

11일 가격비교사이트 에누리닷컴에 따르면 올해 1~2월 공기청정기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32% 증가했다. 3월 들어서는 54% 늘었으며 미세먼지가 세계 주요도시 중 두 번째로 나빴던 것으로 알려진 지난달 21일에는 일평균 매출이 3배 이상 올랐다. 11번가 역시 지난달 공기청정기 판매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0% 늘었다. 올해 1∼3월로 보면 166% 증가했다.

롯데닷컴에서도 지난달 중순까지 최근 3개월간 공기청정기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18% 늘었다. 세탁물을 외부에 널 필요가 없어 공기청정기와 함께 '미세먼지 특수'를 누리는 빨래건조기는 같은 기간 판매가 무려 15배 증가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일부 매장에서는 품절 대란이 빚어지고 있다"며 "미세먼지가 심해질수록 위생가전의 판매도 계속 늘어나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전했다.

/신선미기자 ssunm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