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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산야에 만발한 봄꽃. 그 중에서도 개나리와 진달래, 벚꽃과 목련이다. 노래만해도 얼마나 많은가. '진달래 먹고 물장구치고 다람쥐 쫓던 어린 시절에/ 눈사람처럼 커지고 싶던 그 마음 내 마음…'을 비롯해 '꽃피는 4월이면 진달래 향기…' '산에는 진달래 들엔 개나리…' '나리 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 병아리 떼 종종종 봄나들이 갑니다…' '개나리 우물가에 사랑 찾는 개나리 처녀…' 등. 소월의 시는 또 얼마나 짠한가.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 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하얀 달 소월(素月)의 고향은 그 영변 진달래꽃이 만개하는 평안북도다. 그는 일제해방의 기쁨도 분단의 비극도 모른 채 1934년 32세로 저승에 갔고 그 진달래꽃 영변은 핵 구덩이 죽음의 땅이 돼버렸다. 그의 영혼이 있다면 얼마나 슬플까.

봄꽃의 여왕 목련, '나무에 핀 연꽃' 목련의 자태를 두고 가곡 '목련화'는 또 뭐라고 했던가.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희고 순결한 그대 모습 봄에 온 가인(佳人)과 같고…'처럼 내 사랑 가인이 목련이다. 이 땅의 봄꽃은 제주도 유채꽃→진해 벚꽃→서울 여의도 벚꽃 축제로 절정을 이룬다. 저 영변 약산까지도 지금쯤은 진달래 개나리 목련 벚꽃이 만개했으리라. 그런데 벚꽃 하면 좋아 못 견디는 게 일본인이다. 국화(國花)부터 벚꽃(사쿠라→櫻花:앵화)인데다가 일본열도의 벚꽃 축제는 요란하다 못해 거의 광적(狂的)이다. 다수 가수가 벚꽃 노래를 불렀고 지명에도 사쿠라이(櫻井) 시, 사쿠라지마(櫻島) 등이 있는가 하면 '櫻'씨라는 성씨까지 있다. 심지어 가을에 피는 코스모스까지도 그들은 아키 사쿠라(秋櫻)→'가을 벚꽃'이라고 부를 정도다.

중국 발 황사와 미세먼지가 몰려와도, 세상이 아무리 험난하고 시끄러워도 막무가내 만개하는 봄꽃이라니! 저 신성한 부활, 저 어김없는 지상과의 봄 재회 약속 실현, 저 굽힘 없는 기개와 용기가 얼마나 가상한가. 부디 T S 엘리엇의 '잔인한 4월'도, 전운이 감도는 한반도 '위기의 4월'도 되지 않게 하마고 산야에 만개한 봄꽃들을 향해 맹세할 수는 없을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