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새얼아침대화 극지연구소 윤호일 소장2
윤호일 극지연구소 소장이 12일 오전 쉐라톤그랜드인천호텔에서 열린 제371회 새얼아침대화에서 '극한의 리더십 : 남극세종기지를 지켜낸 위기관리 리더십'이란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윤호일 극지연구소장 연단 올라
세종기지 조난당시 기억 떠올려
정직·균형감각·희생 덕목 꼽아


제371회 새얼아침대화가 12일 오전 7시 쉐라톤그랜드인천호텔에서 윤호일 극지연구소 소장을 강사로 초청한 가운데 열렸다.

20여 년을 남극 세종과학기지에서 생활한 윤호일 소장은 '극한의 리더십 : 남극세종기지를 지켜낸 위기관리 리더십'이란 주제를 들고 연단에 올랐다.

윤 소장은 2003년 12월 남극 킹조지 섬 세종과학기지 최악의 조난사고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강연을 시작했다. 당시 3명의 대원이 폭풍설에 실종됐고, 이들을 구조하러 5명의 대원이 나섰다가 이들마저 연락이 두절됐으며 끝내 1명이 숨지고 만 사고였다.

세종기지 총 대원이 15명이었는데 그 절반이 넘는 8명이 실종된 상황은 그 자체로 세종기지를 지키던 조직자체가 실패했던 찰나였다고 윤 소장은 말했다.

하지만 남극에서의 조난 한계시간인 48시간을 넘기면서 모두가 얼어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던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 3명의 대원들이 돌아왔다.

또 구조대원 5명 중 4명도 살아남았다. 조직 전체가 파괴됐다고 생각한 순간, 그 조직이 살아 있음을 대원들 스스로 증명했다. 그 중간 조직의 팀장들이 '극한의 리더십'을 발휘했기 때문이었다는 게 윤호일 소장의 얘기다.

폭풍설을 만났을 때 행동수칙의 기본은 '움직이지 않고 버티는 것'이라고 했다. 이틀이고 사흘이고 폭풍이 완전히 가실 때까지 꼼짝하지 않고 버티는 게 가장 중요했는데, 당시 세종기지의 폭풍설에 갇혔던 3명과 구조팀이 이 수칙을 잘 지켰기에 팀원들이 살 수 있었다고 했다. '움직여야 산다'는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버틴 리더의, 그 리더십의 중요성이 고스란히 드러난 대목이라고 했다.

윤호일 소장은 어떠한 조직이건 위기의 순간에 힘이 드러난다면서 최악의 순간에서 조직을 움직일 수 있게 하는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했다.

윤 소장은 그러면서 리더의 정직성, 조직원을 대하는 균형감각, 희생정신 등 3가지를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꼽았다.

한편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은 강연에 앞선 모두발언에서 부산의 극지연구소 유치 움직임을 거론하며 정치권과 시민들이 나서서 송도에 있는 극지연구소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 이사장은 "우리가 주인 노릇을 못하면 (극지연구소도) 넘겨 줘야 한다"면서 여야 정치권이 극지연구소 문제에 관심을 가져 주길 당부했다.

/정진오기자 schil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