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대륙철도 추진·남북관계 개선 기대
정부, 대북정책 평화·상생으로 가야만 가능
저명한 비즈니스 컨설턴트 켄 블랜차드가 자신의 저서 '신뢰가 답이다'에서 한 말이다. 저자는 모든 인간관계 문제의 원인을 '신뢰'의 부재에서 찾는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의 해결책 역시 신뢰에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국가간 외교 문제나 도시 간 교류 등도 으뜸의 원칙은 바로 신뢰라고 할 수 있다.
KTX광명역을 유라시아 대륙철도의 출발역으로 만들겠다는 광명시의 원대한 포부는 중국과 러시아의 도시들과 신뢰관계를 형성하면서 시작됐다. 필자와 광명시 대표단은 지난해 북한 신의주와 인접한 중국의 단둥시, 북한 나진과 국경을 맞댄 중국 훈춘시, 러시아 하산군을 직접 방문해 각각 우호교류협약을 체결하면서 신뢰를 쌓아갔다. 이에 따라 지난 3월31일 광명시에서 '한-중-러 3개 도시 경제관광 포럼 및 문화체육 대제전'이 열리기도 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한중관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의 단둥시· 훈춘시가 이번 행사에 참가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훈춘시도 당초 불참을 통보했다가 광명시의 적극적인 설득과 신뢰를 지키려는 훈춘시측의 과감한 결단으로 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이 참가했다. 러시아 하산군의 오브치니코프 세르게이 군수는 지난해 9월 필자와 경제우호교류 협약을 체결한 후 한 달 뒤 광명동굴을 방문해 의기가 투합한 상태여서 광명시 방문 및 교류에 적극적이었다.
이번 3개 도시 대제전은 경색된 한중관계를 푸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광명·훈춘·하산 3개 도시 대표단이 국내 전문가와 머리를 맞대고 앞으로 경제 물류 문화 관광 인적 교류를 어떻게 할 것인지 협의하는 등 성과도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광명시를 포함한 3개 도시는 오는 5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태평양 관광 포럼 및 제 21회 태평양 국제 관광 박람회'에 공동으로 참가하기로 했다. 9월에는 훈춘에서 3개 도시가 다시 축구대회를 갖기로 합의하고 광명동굴에서 속초-하산-훈춘-북한 나진-백두산까지의 국제관광 코스도 개발하기로 뜻을 모았다. 신뢰의 힘은 이렇게 강하다.
2000년의 남북한 정상회담 당시 한반도 종단 열차가 논의됐고 이후에도 철의 실크로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이 추진됐지만 남북간의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실질적인 진전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 3개 도시가 한자리에 모여 우호를 다지고 협력을 약속하는 자리가 유라시아 대륙철도 추진은 물론 얼어붙은 남북관계 개선에도 터닝포인트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광명시는 한발 더 나아가 유라시아 대륙철도를 위한 '도시 외교'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우선 오는 7월경 러시아 하산에 광명시 보건소 소속의 의료진을 파견해 의료지원 봉사를 추진 중이다. 또 몽골의 울란바토르, 러시아의 이르쿠츠크시 등 유라시아 대륙철도 길목에 있는 주요 도시들과도 추가적인 경제우호 교류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북한의 신의주와 나진시도 초청해 4개국 6개 도시의 문화체육 대제전을 개최하겠다는 비전도 갖고 있다. 우리의 신뢰는 이렇게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 같은 청사진에 대한 국내외 언론의 관심이 높다. 지난 7일 세계기자대회에 참가한 세계 60여개국의 현직 언론인 100여명은 KTX광명역을 유라시아 대륙철도의 출발역으로 키워 가겠다는 광명시의 원대한 꿈에 큰 관심을 보였다. 특히 철도가 북한 지역을 통과할 방안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북관계의 개선이 필요하다. 한국과 중국, 러시아의 도시들이 만나서 이처럼 교류하는 것이 유라시아 대륙철도 구상을 보다 구체화할 수 있고, 북한의 변화를 유도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부 차원의 대북정책이 평화와 상생을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야만 성공할 수 있다. 땅에 떨어진 남북한의 신뢰 관계 역시 빠르게 회복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면에서 얼마 남지 않은 대선을 통해 출범할 새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양기대 광명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