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이 많은 채무자들은 채무초과 상태에서 어떻게든 남은 재산을 지키고 싶어한다. 지킬 재산조차 없는 채무자들은 그 채무조차 탕감받고자 파산신청을 한다. 이러한 경제상황을 반영하여 계속하여 증가하는 소송의 형태가 있는데, 바로 채권자취소소송이다.
채권자 취소소송이란 채무자가 이미 채무가 초과된 상태에서 자신의 명의로 된 재산을 처분하는 경우에 채권자가 그 처분행위는 채권자를 해하는 행위로서 취소하는 소송으로서 사해행위 취소소송이라고도 한다.
필자가 이사를 하려고 집을 알아 볼 때의 일이다. 집주인에게 명함을 주자 변호사냐면서 잠깐 '내 억울한 얘기 좀 들어달라고'하여 한참을 들었다.
얘기인즉, 집주인 아주머니께서 공인중개사를 통해서 이 근처에 작은 아파트 한 채를 샀는데 갑자기 소송이 들어와서 무슨 일인지 영문을 몰라 부랴부랴 변호사 사무실에 찾아갔다고 한다. 그 아주머니에게 집을 판 매도인 김모씨는 큰 빚이 있었는데, 자신에게 유일하게 남은 재산인 아파트를 채권자들 몰래 처분하였고, 그 집을 아주머니가 매수하였기 때문에 그 아주머니는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당하였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전(前)주인 김씨가 채권자들을 해하려는 마음으로 자신의 유일한 재산을 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을 전혀 모르는 제3자가 공인중개사 등을 통하여 정상적인 거래로서 제 값을 주고 그 재산을 매수 하였다면, 그것은 사해행위 취소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아주머니가 그토록 억울한 이유는 1심 재판에서 패소하였기 때문이었다. 아주머니는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집을 샀을 뿐인데, 1심에서 패소하고, 멀쩡한 재산을 날릴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 사건은 항소심에 계류 중인데 어쩌면 좋으냐면서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냐고 하소연을 하였다. 1심 재판에서는 아주머니가 정상적인 거래를 통해 그 집을 매매했다는 사실에 대한 증거를 부실하게 제출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이미 다른 변호사가 선임되어 있는 사건이었기에 조언을 드리기가 매우 조심스러웠다. 담당변호사를 알아보니 다행스럽게도 내가 아는 변호사였다. 매일 같이 나에게 전화를 하시는 아주머니 손을 잡고, 항소심에서 선임한 변호사 사무실에 찾아갔다. 아주머니가 걱정하고 있는 모든 상황을 차근차근 설명해 드리면서 항소심에서는 절대 패소할 수 없도록 확실히 증거를 제출하였다는 것을 수차례 되짚어 드렸고, 마침내 항소심에서 승소를 하였다. 상대방은 대법원에 상고를 하였으나, 상고기각으로 결국 아주머니는 집을 지킬 수 있었다. 내가 담당변호사도 아니었는데도 아주머니는 나에게 몇 번이나 감사의 문자를 보내셨다.
채무가 많은 채무자들은 어떻게든 남은 재산을 빼돌릴 궁리만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채무자들 때문에 선량한 사람들이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 채권자취소소송의 양날의 검의 기능이다.
소송을 맡길 때 100% 승소를 장담하는 변호사가 믿음직스러워 보일 것이다. 그러나 어떤 소송도 100%란 것은 없다. 왜냐하면 법원은 '변론주의'에 따라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각 당사자가 요증사실에 맞게 주장과 증거를 제출하여야 하고, 법원은 그에 따라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변론주의이다.
가계부채가 심각한 이 상황에서 김씨처럼 재산을 빼돌린 사람들 때문에 채권자들도 억울하고, 멀쩡한 집 인줄 알고 샀던 집주인 아주머니도 소송을 당해서 억울하다. 돌다리도 두드려 가라는 속담과 같이 돈을 빌려 줄 때는 담보로 저당권을 설정해둘 것, 집을 살 때는 반드시 은행거래로 잔금을 치를 것 등 아주 기초적인 것도 조심해야 할 것이다.
/윤서영 변호사(법무법인 수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