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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자협회와 SBS가 공동 주최한 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합동토론회가 열린 13일 각 정당을 대표하는 5명의 후보들은 한 치의 양보 없는 설전을 주고받았다.

첫 토론회를 의식한 듯 후보들은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지만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치열한 '자질 검증'에 나섰다.

■ 1R 문 vs 안

= 여론조사 지지율 면에서 '투톱'을 구축하고 있는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이날 선두자리를 놓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불태우며 시종일관 뜨거운 공방을 펼쳤다.

안 후보는 주도권 토론시간에 문 후보를 향해 "저한테 적폐세력의 지지를 받는다고 비판했는데, 그건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저를 지지하는 국민에게 적폐세력이라고 한 것"이라며 "문 후보 캠프 사람 중에 박근혜 정부 탄생에 공을 세운 사람이 많다. 문 후보랑 손잡으면 죄가 사해지느냐"고 꼬집었다.

그러자 문 후보는 "저랑 함께 하는 분 중에 이번 국정농단 세력에 관여한 사람이 누가 있느냐"며 "자유한국당 사람들과 극우 논객들의 지지는 짝사랑이라 쳐도, 국민의당에서 함께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안 후보가 오히려 국민을 편가르기 하고 있다"고 응수했다.

문 후보는 안 후보가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과정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6·15 남북공동선언' 등을 정당강령에서 삭제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반격에 나섰다. 안 후보는 "그런 적 없다. 논의 과정에서 발언이 잘못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문 후보는 "입장이 달라진 것이냐"고 거듭 추궁했다.

이 밖에도 문 후보는 안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운 학제개편 문제와 최근 논란이 된 '단설 유치원' 문제도 거론하며 안 후보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한편 40석에 불과한 국민의당 의석수를 꼬집으며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로서의 비교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도 펼쳤다.

■ 2R 문 vs 홍

= 이날 토론회 중 가장 뜨겁게 달아오른 시간은 홍준표 후보와 문 후보 간 설전이었다. 홍 후보는 자신의 주도권 토론시간의 상당 부분을 참여정부 시절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 후보를 공격하는 데 할애했다.

홍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640만 달러 뇌물 수수할 때 몰랐느냐"고 직설적으로 물었고, 문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뇌물을 받았다고 말하는 것이냐. 사실이 아니다. 그 말 책임져야 한다"고 받아쳤다.

홍 후보는 "이미 중수부에서 다 발표했다. 계좌까지 다 나왔다"며 "만약 몰랐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욕하면 안 된다. 박 전 대통령도 최순실을 몰랐다고 하는데 지금 감옥에 갔고, 문 후보처럼 대통령이랑 붙어있던 사람이 몰랐다고 하면 면책이 되느냐"고 꼬집었다.

'세월호 업체 탕감' 관련 부문에서 두 사람 간 공방은 절정에 이르렀다. 홍 후보는 "노무현 정부 때 세월호 업체에 1천155억원을 탕감해주면서 세월호가 살아났다"며 "그런데 지금 와서 세월호 배지를 달고 있느냐"고 비꼬았다.

그러자 문 후보는 "옛날 새누리당, 한나라당은 법원에 개입했는지 몰라도 참여정부는 법원에 개입한 적 없다"며 "그런 일이 있었는데 노무현 정부에서 개입했느냐고 정확하게 물어봐라. 그것도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목청을 높이면서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 3R 홍 vs 유

= 홍 후보와 유승민 후보 간 '보수 적자' 경쟁도 뜨거웠다. 두 후보는 서로를 향해 각각 '강남 좌파', '극우'라고 규정하며 거침없는 설전을 벌였다.

홍 후보는 유 후보를 향해 "공약이 좌파 정치인인 심상정 후보와 비슷한데, 그러면서 우파라고 하는 것은 매우 유감이다. '강남 좌파'라는 얘기가 나온다"며 "지난 대선 때 박근혜 캠프에서 정책공약팀장 하면서 '줄푸세'를 공약해놓고, 지금 와서는 이걸 완전히 뒤집었다"고 공격했다.

자신의 주도권 토론시간에도 유 후보를 향해 "유 후보는 박 전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으로 정책적 배신을, 탄핵 때 보니까 인간적 배신을, 바른정당 창당하면서 정치적 배신을 했다. 배신자 이미지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유 후보는 "홍 후보님이 '극우 수구파'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듯, 저도 '강남 좌파'에 동의할 수 없다. 홍 후보처럼 재벌과 대기업의 이익만 대변해선 보수가 설 땅이 없다"며 "다음 대통령은 지금의 안보·경제 위기를 극복하느라 하루 24시간도 모자랄 텐데, 홍 후보는 재판받으러 다니셔야 하지 않느냐"고 응수했다.

이어 "조선 산업의 부실화 때문에 경남 지역경제가 엉망인데 14개월 동안 경남에 도지사가 없어도 된다는 것이냐"며 '꼼수 사퇴' 논란을 지적했다. 그러자 홍 후보는 "대선 떨어지면 국회의원 계속 할 것이냐. 유 후보뿐 아니라 안 후보, 심 후보도 의원직부터 당당히 사퇴하고 대선에 임하라"고 맞섰다.

■ 4R 안 vs 심

= 심 후보는 이날 안 후보가 안보관련 '말 바꾸기'를 일삼고 있다며 이 부분을 집중 지적했다. 심 후보는 "저와 함께 가장 강력히 사드를 반대하던 분이 갑자기 입장을 바꿔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며 "그동안 안보 현안에 대해 안 후보가 말한 것을 찾아보니 그때그때 달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보야말로 뚜렷한 철학과 불굴의 의지를 갖고 역할을 해 나가야지 유불리에 따라 입장이 바뀌어선 안 된다. 사드도 마찬가지"라며 "저는 안보를 정치에 이용하는 게 제일 나쁘다고 생각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안 후보는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욕을 먹지 않는 건 굉장히 쉬운 일이지만, 국가지도자는 항상 국익을 최우선에 놓고 이야기해야 한다"며 "중국의 보복과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는 상황에 맞게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이게 제가 말하는 자강 안보"라고 강조했다.

/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