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몰려들고 있는 물류단지를 두고 해당 시군과 지정권자인 경기도, 실수요 검증을 시행하는 국토교통부 간 입장차가 뚜렷하다. 도에는 전국 물류창고의 4분의1이 밀집해 있다. 이 중에는 물류시설법상 물류창고업으로 등록된 일반 물류창고 뿐 아니라 보세창고, 냉동냉장창고, 축산물 보관 창고 등 각종 창고들이 포함돼 있다.
물류단지 지정권자인 도는 지역 곳곳에 물류창고가 난립하고 있어 이를 한 곳에 모아 놓은 물류단지를 활성화시키면 관리가 용이해지고 집적효과로 경제성도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해당 지자체는 물류단지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단기간에 물류단지가 집중 조성되며 미처 도로 등 기반시설을 확보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물류단지 예정부지는 대개 농촌 지역 중소도시여서 인프라 확충을 위한 재정 마련도 버겁다. 국토부는 실수요 검증제 시행 이후 물류단지에 대한 권한을 광역단체장에게 대폭 이양한 상황이어서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 수 년 내 도내 물류단지는 2014년 이전과 비교해 최대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물류단지 집중화 문제를 둘러싼 각 주체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산단보다 생산유발효과 크다는 연구 결과
창고 난립·물동량 증가등 '거부 힘든 흐름'
법의 틀 바뀌지 않는한 지금처럼 진행될것
# 경기도
=국도를 타고 가다보면 농촌 지역에 무분별하게 들어선 물류창고들을 보셨을 겁니다. 도에 물류시설법으로 등록된 물류창고는 951개, 관세법 등 타법률로 등록된 보세창고나 냉동냉장 창고도 724개나 됩니다. 지역업체가 물류창고를 지으려고 하면 반대하는 주민들의 민원이 엄청 납니다. 창고가 필요한 데 짓기는 힘든데다가 이곳저곳 난립해서 들어서다 보니 미관도 해치고. 이게 지금 도의 물류창고 현황입니다. 그러다보니 계획적으로 부지를 조성하고, 체계적으로 업체들을 입점시키는 물류단지가 필요해진 겁니다.
일부 반대론자들은 물류단지가 지역 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산업단지의 생산유발효과보다 물류단지의 생산유발효과가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물류단지가 들어서면 좁은 지방도로 대형 물류차량이 오가면서 교통 정체를 발생시키고, 도로 수명도 짧아진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그런데 도 전역에 조성되고 있는 산업단지를 두고는 그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죠. 산업단지에 통행하는 업체 차량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산업단지를 조성한다고 해서 산업단지까지 이어지는 지방도를 확장하거나 유지보수 비용을 마련해주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유독 물류단지를 두고는 그런 요구를 하거나 애로사항을 호소하곤 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각 시군이 수립하는 도시기본계획에 물류단지 수요를 예측해 반영하는 것입니다. 도시기본계획에는 도로망 등 기본 인프라에 대한 내용도 들어가는데 이걸 수립할 때 물류단지 요소를 반영하는 것이죠.
물류단지 설립은 기존 물류창고 난립의 문제점과 늘어나는 물동량을 고려할 때 거부할 수 없는 흐름입니다. 일각에서는 물류단지 지정권자인 도가 도로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시군에는 물류단지 승인을 내주지 않으면 되지 않냐고 질문합니다.
하지만 국토부 실수요 검증을 통과한 사업자에게 도로나 환경파괴 등의 이유로 승인을 거절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모든 행정은 법을 기반으로 이뤄져야 하잖아요. 법의 틀이 바뀌지 않는 한 앞으로도 지금처럼 물류단지 사업은 진행될 겁니다.
고속道 연결 지방도등 도로기반 개선 안돼
1천억 이상 예산 소요… 市 혼자 해결 불가
'균형발전' 고려해서라도 지원 반드시 필요.
# 광주시
=광주에는 도척·초월물류단지가 운영 중이고 앞으로 공사가 진행될 오포·직동물류단지를 포함해 국토부 실수요 검증을 통과한 중대물류단지 등 5개 물류단지가 추가로 입점할 예정입니다. 실수요 검증 절차를 밟고 있는 학동·신대 물류단지까지 합치면 향후 물류단지는 7개로 늘어납니다.
전국적으로도 손꼽히는 물류도시죠. 광주로 물류단지가 몰리는 건, 서울과 가까운데다 중부고속도로까지 끼고 있어 입지가 좋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들을 고려하면 물류단지가 몰리는 것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물류단지와 고속도로를 연결하는 지방도 등 도로기반 개선이 함께 이뤄지지 않아 물류단지 주변으로 교통 대란이 우려된다는 점입니다. 내년에 확장공사가 끝나는 초월물류단지를 비롯해 학동·신대물류단지도 들어서는 지방도 325호선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직동물류단지 교통을 분산하기 위해 직동나들목으로 이어지는 도로개설도 필요하죠.
왕복 2차로인 325호선 인근에는 이미 업체들이 많이 입점해 있습니다. 이들에게서 도로 확장 부지를 매입하고 공사까지 하려면 1천억 원 이상 예산이 소요될 것 같은데 광주시로서는 굉장히 부담되는 일입니다. 사실상 힘들다고 봐야죠.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광주로 물류단지가 몰리리라곤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대부분의 도로들도 물류단지 수요를 배제하고 만들어진 것들입니다. 지금은 물류단지가 공사 중이거나 예정이어서 심각해보이지 않지만 수 년 뒤에는 큰 문제로 대두될 겁니다. 도로 확포장 공사를 위한 예산 마련과 공사가 1~2년 사이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걸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벌써 주민들은 지역 경제에 도움되지 않는 물류단지가 들어서면서 큰 도시들만 좋은 일 시키는 것 아니냐는 소리를 많이 내고 있습니다. 중소도시와 대도시의 균형적인 발전을 고려해서라도 물류단지를 품은 지역에 대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시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기는 버겁습니다. 도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실수요 검증, 구속력 없는 사전절차 일부
지방도 확포장등 광역지자체·시군 할 일
부적절한 곳, 지정 안 할 수 있게 근거마련
# 국토교통부
=실수요 검증제는 장점이 많습니다. 예전에 물류 총량제를 실시할 때는 지역별로 물류단지 면적을 제한했죠. 그러다보니 물동량이 많은 지역은 물류단지 대신 물류창고가 난립하고, 수요는 풍부한데 물류시설은 뒷받침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죠. 그래서 규제를 철폐해서 경제를 발전시키자는 지난 정부의 기조 아래 실수요 검증제가 실시됐습니다.
실수요 검증제는 실제 승인을 받기 전에 거치는 하나의 사전 절차라고 보면 됩니다. 구속력이 없어요. 실수요 검증은 업체가 사업을 수행할 자금력이 있느냐와 희망 입지가 물동량이 있는 곳인가만 점검합니다. 실수요 검증을 통과하더라도 도지사가 '이곳은 물류단지가 들어설 곳이 아니다'라고 판단하면 승인을 내주지 않으면 됩니다.
연면적 100㎡이하 물류단지는 도지사에게 지정권한이 있거든요. 물류단지가 도로 집중되면서 기반시설 파괴나 교통에 대한 우려가 많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적으로 정부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지방도의 확포장이나 유지보수는 광역 지자체나 해당 시군이 재정을 부담하도록 돼 있어요.
아주 쇠퇴한 소규모 도시의 도로를 정부 비용으로 확장하는 경우는 있지만, 수도권 규제로 도에는 이런 지원도 할 수 없습니다. 제일 좋은 방법은 도지사가 문제가 될 것 같은 물류단지에는 승인을 내주지 않는 겁니다. 지역의 사정은 지방정부가 가장 잘 알고 있겠죠. 정부가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물류단지 입지를 업체가 선정하도록 했더니 환경파괴 등 주민들의 우려가 많이 나와요. 그래서 실수요 검증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를 강화하고, 주변 도로망이 어떤지 세밀히 살피도록 교통영향평가 비중도 늘릴 계획입니다.
물류단지 개발이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지정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할 취지입니다. 최대한 올해 안에 개선안이 나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