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 이정현
이정현 道교육청 북부청사 장학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학생들이 재미난 영상을 만들었다. "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로 시작하는 '꿈이룸학교' 예고편.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학원 다녀오겠습니다. 학원 다녀왔습니다. …" 흔하게 볼 수 있는 고등학생의 생활이다. 이런 반복된 일상에 지친 듯 학생은 TV를 켠다. 그리고 꿈이룸학교를 찾은 또래 A의 모습을 보게 된다.

시험과 경쟁이 익숙한 생활에 젖어 있던 A. 어느 날 꿈이룸학교에 간다. 이상할 만큼 반겨주는 사람들, 나이와 상관없이 함께 배우는 공간, 심지어 선생님들과도 평등한 생활에 그는 놀란다. 그러나 꿈이룸학교가 추구하는 공동체, 나눔, 도전, 배려, 책임감 5가지 덕목을 친구들을 통해 하나씩 알아간다. 그리고 공부만이 아닌 다양한 프로젝트에 함께 하기로 한다.

교육이 이대로 돼서는 안 된다는 걱정만큼 교육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편해 미래교육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논의가 뜨겁다. 인공지능이 삶의 형태를 급격하게 바꿔놓을 것이 분명한데, 지금 같은 교육 모습으로는 학생들의 앞날이 밝지 않기 때문이다. 벨기에 연구진이 2030 학교의 모습을 학습공원(the learning park)으로 제시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공원에서 어울려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는 장소의 개념으로 학교의 미래상을 본 것이다. 공원 같은 학교는 지역사회와 깊이 연결된다.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고, 사회 전체가 교육의 혜택을 함께 누린다. 그러기에 사회 구성원 모두가 교육에 공동 책임을 지는 것을 당연한 일로 여기게 될 것이라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학생 자치 배움터로 문을 연 경기도교육청 '몽실학교'가 바로 공원 같은 학습의 장소다. 청소년 교육에 뜻을 같이하는 마을 주민, 청년, 대학생, 학교 선생님들이 교육 자원으로 합류해 길잡이교사로 학생 활동을 촉진한다. 학생들은 나이 상관없이 초등 5학년부터 고등 3학년까지 팀을 짜 프로젝트를 실행한다. 프로젝트 활동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발성에 기초한다. 프로젝트 실행은 마을에서 이루어진다. 학생들은 '우리가 하고 싶은 것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자'며 프로젝트 내용을 완성해 간다. 건물 옥상을 이용한 도시 양봉, 사회적 약자를 위한 물건 제작, 바느질로 아기용품 만들어 기부하기, 마을 영화 만들기 등 활동에 참여하며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을 알아가고, 바꾸고, 만들어 가는 주체로 성장한다.

'학생이 중심이다' 말 하면서도 '학생들에게만 맡겨 놓아도 괜찮을까' 하는 것과 같이 아직은 학생을 미숙한 존재로 여기는 시각이 있다. 이는 말 그대로 기우다. 몽실학교 학생들을 보니 그들은 모임을 가지면서 끊임없이 생각을 발전시키고, 계속해서 주변의 학생들을 불러 모은다. 서툴더라도 지지해 주고 느리더라도 기다리겠다는 믿음을 보여 주기에 몽실학교를 드나드는 학생들이 값진 성장의 경험을 쌓아가는 것 아닐까.

좋은 교육을 위해 학교와 지역이, 아이와 어른이, 민과 관이 연결되는 모습이야말로 지극히 교육다운 교육의 상식이다. 몽실학교 학생 자치 배움 프로젝트가 2017년 우리 교육에 새 희망을 주는 기대작으로 우뚝 서는 날을 그려본다.

/이정현 道교육청 북부청사 장학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