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1601001082900053301

북한이 왜 탄도미사일을 김일성 생일인 그저께가 아닌 어제 쐈을까. 만약 발사에 실패할 경우 축포가 아닌 '화포(禍砲)'가 될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나 다를까 실패했다. 그런데 김일성 생일이 언감생심 감히 '태양절'이다. 예수교 신도들에겐 12월 25일이 성탄절이고 불교 신자들에겐 음력 4월 초파일이 부처님오신 날 성탄절이듯이 김일성교 신자들에겐 그의 생일인 4월 15일이 성탄절이다. 그것도 보통 성탄절이 아닌 태양절인 건 예수 석가모니 공자 마호메트보다도 김일성이 더 위대하다는 뜻일 게다. 하기야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생일도 성탄절 반열에 올랐다. 그 신도들이 2012년 2월 24일 뉴욕 5번가에서 첫 잡스 성탄절 행사를 요란스레 벌였기 때문이다. 아무튼 김일성보다 위대한 위인은 역사상 없다는 게 김일성교 신도다. 사망 120만, 부상 300만~400만 명의 6·25전쟁을 일으킨 전범 김일성이 그들의 태양이라는 거다.

'죽은 자식 나이 세기'라고 했다. 쓸데없는 짓거리다. 그런데도 해마다 김일성 태양절엔 광란의 축제가 요란하기 짝이 없다. 이번엔 김일성광장 군사퍼레이드까지 벌였고 밤엔 불꽃놀이까지…. 도대체 그 비용이 얼마나 될까. 중국에선 매년의 생일을 '작은 생일(小生日:샤오성르)' 또는 '흩어진 생일(散生日:산성르)'이라 하고 영어 big four(40세) big five(50세)처럼 10단위 큰 생일을 '정생일(整生日)' 또는 '정수(正壽)'라고 한다. 축하 의의가 더 크다는 거다. 그들은 '음수(陰壽:인서우)'라고 해서 저승의 부모 생일까지 챙긴다. 김일성 태양절 등 성탄절이 모두 '음수 축일' 격이다. 1994년 82세에 사망한 김일성은 2002년 생일이 90세 음수 태양절 하고도 整生日 正壽였다. 그날 기념금화 은화를 발행했고 중국은 5천만위안(약 80억원)의 축하금을 보냈다. 100세 생일엔 얼마를 보냈을까.

이번 105세 태양절엔 중국이 어떻게 했을까. 그 요란한 축하 행사를 CCTV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이 상세히 보도만 했을까 아니면 은밀히 조위금 아닌 축의금을 듬뿍 전달했을까. 북한은 중국에 달렸다. 그런 중국과 북한 태양절에도 쓴 소리 한 토막 없는 대선 주자들이라니, 소름이 돋는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