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들 숙연한 분위기속 헌화
'기억식' 추모사이렌 묵상·공연
우편함에는 소망엽서들 쌓여
세월호 참사 3주기인 16일 안산 합동분향소는 오전부터 세월호를 기억하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노란색 물결을 이뤘다. 떨쳐내고 싶은 아픔이지만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그 날이 찾아온 것이다.
슬픈 음악이 배경으로 흐르는 분향소 제단에는 사망자 295명과 미수습자 9명 등 304명의 희생자 영정이 걸려있었고, 시민들은 숙연한 분위기에서 꽃다운 나이에 떠난 이들의 넋을 기렸다. 일부 분향객은 끝내 눈물을 참지 못하고 분향소를 나오며 연신 벌개진 눈을 훔치기도 했다.
이진성(25·대학생)씨는 "안산에 살고 있어 자주 온다. 오늘은 특별한 날(세월호 3주기)인 만큼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왔다"며 "세월호 같은 참사는 없어야 한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책임소재를 밝히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모두 힘을 합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추모객들은 분향소 희생자들의 영정 사진 앞에서 헌화·분향한 뒤 야외에 설치된 부스에서 '0416엽서 보내기' 행사에도 참여했다. 시민들은 4·16가족협의회가 미리 준비해놓은 노란색 엽서에 '나의 약속과 바람'을 적어 우편함에 넣었다. 416가족협의회는 시민들의 엽서 내용을 대통령 선거 후보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오후 3시. 안산시 화랑유원지내 정부합동분향소 앞에서 세월호 3주기 추모 행사 '기억식'이 열려, 3년전 참사를 되새기고 그 같은 비극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4·16가족협의회, 안산시 등이 공동 주관한 행사에는 유가족과 시민, 남경필 경기지사, 이재정 경기교육감, 제종길 안산시장, 교육부차관 등 각계각층의 인사 2만여명(경찰 추산 8천여명)이 참석했다.
'5·9 대선' 공식 선거운동을 하루 앞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국민의당 안철수·바른정당 유승민·정의당 심상정 등 대선 후보 4명도 자리를 함께 했다. 기억식은 오후 3시 안산시 전역에 울려퍼진 추모 사이렌에 맞춰 참석자들이 묵상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어 이소선 합창단의 공연, 유가족 대표와 주요 인사 추모사, 추모시 낭송, 기억식 주제 영상, 뮤지컬 배우·노래패·가수의 추모공연 등으로 진행됐다.
기억식은 무대 양쪽 편과 객석 중간 열 옆에 마련된 대형 멀티비전 3대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추모사에서 "우리는 아이들과 304명의 국민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그날을 잊지 않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며 "우리 사회가 참사의 교훈을 기억할 때 안산, 대한민국의 따뜻한 봄을 회복할 수 있고, 안산은 416안전공원 건립을 통해 안전공원 도시로, 국민권리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세월호가 바닷물에 가라앉은지 1천73일만에 우리 앞에 돌아왔다"며 "저를 비롯한 경기도 공직자들은 국민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뒤이어 발언에 나선 대선 후보들도 세월호 같은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참사를 새기고 교훈을 기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김환기·이경진기자 lk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