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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언론이 이달 초 '수첩공주(手帳姬)' '1인족(一人族→나홀로족)의 선구자'라고 보도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돼 구치소에 수감된 지 17일 만인 17일 정식기소, 재판 절차만 남겼다. 핵심 죄는 삼성, 롯데 등 재벌들로부터 받은 592억원의 뇌물이라고 했다. 그밖에도 최순실 개인회사 등에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와 최씨에게 공무상 비밀문건 47건 제공 등 혐의가 모두 18가지란다. 그런데 왜 박근혜 재판을 대선 후로 미루는 건가. 대선은 대선이고 재판은 재판이거늘 그건 사법 독립성 훼손과 모독 아닌가. 어쨌건 재판 과정에서 592억원 뇌물이 사실로 확정될 경우 확 까무러칠 사람은 김영란법의 김영란이 아닐까. 공직자는 3만원 이상 식사, 5만원 넘는 선물만 챙겨도 걸려든다는 판에. 부산 건설업체 LCT로부터 50억원짜리 수표를 뇌물로 받아 작년 12월 구속된 전 청와대 정무수석 현 모씨라면 또 어떨까. '592억원! 별것도 아닌데!' 할지도 모르고….

592억원 뇌물죄 등 18가지 죄목의 박근혜와 연루된 구속자만도 42명이란다. 하지만 박근혜 죄가 대한민국과 국민에 끼친 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대한민국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국격(國格)을 여지없이 땅바닥에 떨어뜨린 죄, 전 세계 외신에 흥밋거리 기사 감을 왕창 제공한 죄, 탄핵(3월 10일)으로부터 60일 이내에 보궐대선을 치르도록 함으로써 대 정치적 혼란을 일으킨 죄, 그리고 전 국민을 오랜 기간 창피하게 만들고 실망 분노 낙담 좌절 한탄케 하는 '大恨民國'으로 만든 죄, 침체된 분위기가 경제까지 덮쳐 숱한 실업과 파업, 파산 등 '恨國 窮民(한국 궁민)'으로 몰아간 죄 등은 상상조차 버겁다. 그 592억원 뇌물죄로 최종판결이 날 경우 형량은 무기 등 중형이 될 거라는 게 법조계 예상이다.

중국에선 1억 위안(약 170억원) 이상 뇌물죄는 사형이고 그 집행도 지체하지 않는다. 시장 부시장이 뇌물죄로 사형집행을 당한 예도 여러 명이다. 나지브 라자크(Najib Razak) 말레이시아 총리의 7억 달러 뇌물수수 의혹이 제기된 건 2015년 7월이었다. 그 정도에 비하면 592억원은 약소한가? 지겨운 대선부터 빨리 끝나고 박근혜 재판도 신속히 진행되기를 고대한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