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권(大權)이란 국가 통치 권한이자 국토와 국민을 지배하는 권리다. 그래서 '권병(權柄)을 잡는다' 또는 '정병(政柄)을 잡는다'고 했다. 그렇게 제왕의 자리, 즉 대권 권좌를 차지하려 다투는 게 '중원축록(中原逐鹿)'이었고 가장 높은 권력을 죄다 잡는 게 '총람권강(總攬權綱)'이었다. 또한 나라 권력을 잡은 자가 경솔하게 정사를 희롱 번롱(번弄)하는 짓을 가리켜 '조롱국병(操弄國柄)'이라고 일컬었다. 그런데 다음달 9일 대권 결승점을 노려 경주 트랙에 뛰어든 주자가 역대 최다인 15명이라고 했고 투표용지 길이만도 28.5㎝라는 거다. 그 15명 중 앞의 대권 용어들을 들어본 후보가 있을까. 처음 듣는 이름의 후보까지도 몇 명이나 경주에 뛰어들었다. 23일이 1차 투표일인 프랑스 대선 후보 11명보다도 4명이나 많다. 모두가 대권병 환자가 아닐까. 권력 도착 환자, 벨리슴(beylisme)이라 부르는 권력숭배 증상 말이다. 마치 대통령 탄핵을 '얼씨구나' 하는 사람들 같지 않은가.
역대 대선 후보 중에도 별의별 괴짜가 다 있었다. 1971년 7대 대통령 선거에선 카이저수염이 양 볼 끝까지 뻗쳐 올라가 독일 황제 빌헬름(Wilhelm) 2세 수염을 닮은 진복기가 박정희 김대중에 이어 5명 중 3등을 했고 박근혜와 비밀리에 맞선을 봤다고 주장하던 허경영은 자칭 IQ가 430이었다. 공중부양에다 축지법까지 익혔다는 그는 이른바 '허 본좌' 바람을 일으켰고…. 15대 대선의 신정일은 DMZ에 제3의 국가를 건설한 후 통일을 하겠다고 했고 남장여성 국회의원 김옥선도 14대 대선에 출마했었다. 그런데 이번 대선 후보 15명의 선관위 기탁금이 3억원이다. 전에는 5억원이었는데 3억원으로 줄었다는데도 돈이 없어 집 담보대출을 한 후보가 다수라는 거다. 10% 득표를 못할 경우 고스란히 떼인다는 돈이건만….
TV토론도 프랑스는 11명 전원이 참가, 왈가왈부 중구난방 도떼기시장 같다는데 우리도 15명 전원을 TV토론에 참가시켜야 공평한 거 아닐까. 후보 기탁금도 똑같이 3억원이거늘 왜 5명만 세우나. 어쨌건 15명의 대권 주자, 가히 볼만하다. 과연 누가 중도 탈락하고 누가 최종 대권 권병을 움켜쥘지가 주목거리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