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3년 10월 22일, 화성갑 지역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던 민주당 오일용 후보의 유세 차량이 화성 봉담읍사무소 앞 육교 하단을 들이받았다. 유세 차량 적재함에 실린 LED 전광판과 스피커가 육교의 통과제한 높이(4.8m)보다 높아 발생한 사고였다. 이 사고로 선거운동원이 다쳐 병원 신세를 져야 했고 차량 파손도 컸는데, 당시 사고 현장 사진을 보면 무엇보다 오 후보의 포스터가 담긴 패널이 두 동강 난 채 바닥에 뒹굴고 있는 모습 때문에 후보 자신은 물론 그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참으로 안타까워 했을 것 같다. 불행한 전조(前兆) 때문이었을까. 오 후보는 당시 국회의원 6선을 지낸 새누리당 서청원 후보에게 결국 참패하고 만다.
버스나 트럭 등을 개조한 유세차는 1987년 제13대 대통령 선거 때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당시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후보 등은 45인승 고속버스의 좌석을 20석으로 줄여 좌석 공간을 넓힌 후 움직이는 선거본부를 만들기도 했고, 트럭에 고성능 스피커 등을 싣고 다니며 군중 앞에서 즉석연설을 했다. 30년 전인데도 일부 후보는 소형냉장고와 세면대까지 갖춘 특장차를 이용해 유세를 다니기도 했다.
요즘 유세 차량은 기동성이 좋은 1t트럭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유세 차량은 선거운동 기간만을 위해 용달 차량을 개조한 것이어서 부속장치들이 견고하지 않고, 고출력 스피커, 발전기, 영상 스크린 등을 싣고 다니기에 과적(過積) 등 안전에 상당히 취약한 편이다.
실제로 유세 차량의 사고는 선거 때마다 반복된다. 지난 16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유세에 사용될 예정이던 차량이 양평에서 한 오토바이와 충돌, 오토바이 운전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17일에는 전남 순천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유세 차량이 지하차로를 지나다가 뒤에 실은 홍보물이 고가 상판에 부딪쳐 차량이 파손됐다. 양당 선거 캠프에서는 이번 사안을 놓고 갖가지 의미와 추측을 부여하며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문 후보와 안 후보 중에서 유세차의 저주(?)를 깨고 19대 대통령에 당선될 인물이 나올지 자못 궁금하다.
/김선회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