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맥주의 파상공세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국산맥주 업계가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잇따라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반격에 나섰다.

불과 7년 전만 해도 시장점유율이 3~4% 수준에 불과하던 수입맥주는 최근 홈술·혼술 풍조 확산 등으로 시장점유율이 급속히 상승하며 지난해에는 10%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22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롯데주류는 다음달 말께 맥주 신제품 '피츠(Fitz) 수퍼클리어'를 출시할 예정이다.

롯데주류가 2014년 클라우드를 출시하며 맥주 시장에 본격 진출한 지 3년 만이다.

롯데주류는 알코올 도수 4.5%의 라거 맥주인 피츠 수퍼클리어 출시로 4% 안팎에 불과한 시장 점유율을 15%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오비맥주의 카스와 하이트진로의 하이트가 양분하고 있는 '소맥(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클라우드는 프리미엄 맥주 시장을 공략하고 피츠 수퍼클리어는 스탠다드 맥주 시장을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하이트진로는 맛은 맥주와 비슷하지만 맥아 비율이 맥주보다 낮아 원가가 저렴한 신개념 발포주 '필라이트'(Filite)를 25일 출시한다고 밝혔다.

발포주는 기존 맥주 공법에 맥아 등 원료 비중을 달리한 것으로, 원가는 낮추면서도 품질은 맥주와 거의 비슷해 장기 불황을 겪은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주종이다.

일본에서 1990년대 초 등장한 발포주의 경우, 맥주는 마시고 싶지만 주머니가 가벼운 서민들에게 맥주 대용으로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 말 기준 맥주시장 점유율이 약 14%를 차지할 만큼 많이 팔렸다.

하이트진로가 선보인 '필라이트' 역시 캔(355㎖) 당 출고가가 717원으로 같은 용량의 맥주보다 40% 이상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장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주머니가 가벼운 서민들에게 저렴한 발포주가 큰 인기를 끌었다"며 "수입맥주의 공세에 대응하고 소비자들에게 가성비 좋은 제품을 소개한다는 취지로 필라이트를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업계 1위인 오비맥주는 '다양성에는 다양성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으로 수입맥주의 파상공세에 맞서고 있다.

젊은 맥주 애호가들의 취향을 겨냥해 지난해 말 호가든 유자를 선보인 데 이어 최근에는 호가든 체리를 출시했다.

밀맥주인 오비 바이젠이나 흑맥주인 오비 둔켈 등도 수입맥주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 제품의 다양성을 강화한 제품이다.

오비맥주는 지난 1월 대표 브랜드인 카스 맥주의 병 디자인을 바꿨다. 1994년 제품 출시 이후 23년 만에 처음으로 변경한 것인데, 젊은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를 겨냥한 것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갈수록 거세지는 수입맥주의 공세에 맞서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취향이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이를 잘 읽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산맥주 업체들이 이처럼 위기감을 느끼며 일제히 반격에 나선 것은 국내 시장에서 수입맥주가 무섭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 유통 중인 수입맥주는 600여종으로 추산되는데, 지난해 처음으로 맥주시장 점유율이 10%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주류업계는 업체 간 과열경쟁을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판매량 통계를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시장점유율은 확인하기가 어렵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일부 유통채널의 판매량을 역산해 대략적인 점유율을 추정한다.

이마트에서는 지난 2월 처음으로 수입맥주 매출 비중이 국산맥주를 추월하기도 했다.

과거에는 맥주 소비가 주로 식당이나 주점에서 이뤄졌지만 최근 회식 기피 현상과 혼술·홈술 풍조 확산 등으로 혼자 혹은 집에서 술을 마시는 경우가 늘어난 것도 국산맥주 매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추세대로라면 수입맥주 시장점유율이 20%를 돌파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국산맥주 업계가 과감한 대응전략을 마련하지 않으면 갈수록 거세지는 수입맥주의 공세를 막아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