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어 reminiscence(레미니슨스)를 한국에선 회고록(回顧錄), 일본에선 회상록(回想錄), 중국에선 회억록(回憶錄)이라고 하지만 '되돌아보고 생각하고 기억해 기록한다'는 뜻이다. 그런 회고록을 젊은 나이에 출판한다는 것처럼 웃기는 예도 드물다. 뭘 뒤돌아 생각하고 기억해낼 건더기가 있어야 할 거 아닌가. 그런데도 리비아의 카다피는 27세 육군대위 때 쿠데타를 일으켜 권좌에 올랐고 34세에 회고록 '그린 북'을 냈다. 35세에 이슬람 국가 최초 여성 총리가 된 파키스탄의 부토도 취임 전에 이미 회고록을 썼다. 미국 가수 마돈나와 배우 커크 더글러스는 각각 33세와 44세에, 이탈리아 출신 미국 여우 소피아 로렌은 55세에 회고록을 냈고 세기적인 이탈리아 테너가수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60세에 냈다. 미국과 프랑스 여우 캐서린 헵번과 브리지트 바르도도 약속이나 한 듯 62세에 회고록을 출간했고….
대통령들도 뒤질세라 젊은 나이에 회고록을 냈다. 미국의 빌 클린턴 힐러리 부부와 오바마 미셸 부부도 50대에 자서전―회고록을 냈고 박근혜 전 대통령도 55세 때 낸 회고록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가 중국에서도 '絶望鍛鍊了我(절망단련료아)'라는 제목으로 출판돼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런데 유명인 회고록은 말이 자서전이지 90%는 전문 글쟁이 등이 대필해준 '타서전(他敍傳)'에 불과하다. 아돌프 히틀러와 흐루시초프는 거실을 왔다갔다 중얼중얼 구술을 받아 적게 했다는 거 아닌가. 명사들이 회고록을 내겠다고 자청하는 경우도 드물다. 거의가 대박을 노리며 달라붙는 출판사 등 주변의 권유를 뿌리치지 못한다는 거다. 오바마 부부 회고록만 해도 지난 3월 출판 계약금이 무려 680억원이었다.
회고록이란 인생 황혼에 쓰는 게 정상이다. 2016년 67세에 낸 송민순 회고록도 성급했고 12년 전 51세에 출판한 홍준표 회고록은 더욱 조급했다. 또한 숱한 타인과 얽혀온 삶의 회고록이라는 게 말썽의 소지를 품기 쉽다는 걸 그들은 몰랐나. 북한에 여쭤보고 뭘 결정했다면 국기문란 정도가 아니라 국기포기 행위였고 뭐, 돼지 흥분제라니! 듣기만 해도 윽―구역질나는 소리 아닌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