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방어·정책 설명 하다보니
충분한 논의없어 유권자 혼란
자신의 강점 내세우기 보다는
상대 약점 공격 네거티브로 변질
발언 팩트 확인 검증시스템 절실
대선에서 후보자 TV토론이 본격화된 것은 1997년 제15대 대선부터이다. 1997년 11월 개정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에서는 공영방송사인 KBS와 MBC 공동으로 대통령선거방송토론위원회를 설치해 후보자 중에서 1인 또는 여러 명을 초청하여 3회 이상 대담·토론회를 의무적으로 개최하도록 규정한 바 있다. 이 법에 따라 1997년 제15대 대선에서 한시적으로 구성된 대통령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토론회를 주관해, 일정한 초청요건을 충족시킨 대선 후보들을 대상으로 총 3회, 나머지 후보들을 대상으로 1회의 토론회를 개최했고 2002년 제16대 대선에서도 총 4회의 토론회를 열었다.
그러나 방송사가 주관한 대통령선거후보자토론의 중립성 문제, 획일적인 진행방식 등이 논란이 되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개정의견을 국회에 제출했고, 2004년 3월 12일 법 개정을 통해 선거방송토론위원회를 상설화해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16개 시·도 선거방송토론위원회, 181개의 구·시·군 선거방송토론위원회를 설립한 바 있다.
이번 19대 TV토론의 경우 중앙선관위가 주관하는 토론회는 총 3회 실시되는 데, 1차 토론회가 지난 23일 정치 분야를 주제로 '외교안보 및 대북정책', '권력기관 및 정치개혁 방안'에 대해 진행된 바 있다. 2차 토론회는 경제 분야를 주제로 28일에, 3차 토론회의 경우 사회분야를 주제로 5월 2일에 개최될 예정이다. 1차와 3차 토론회의 경우 후보자들이 주제별로 사회자의 공통질문에 답변한 후 총 18분의 발언시간 내에서 자유롭게 토론을 진행하는 스탠딩 토론 방식이다. 한편, 2차 토론회는 1차, 3차 토론회와는 달리 한 후보자의 정책 발표 후 나머지 후보자와 1:1로 질문하고 답변하는 정책 검증 토론이며 앉아서 진행한다.
유권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대선 토론회는 후보자들의 자질과 정책 비전 등을 비교해 봄으로써 후보자 선택에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TV토론은 정책선거를 촉진하고 유권자들의 선거 참여 의지를 고취시키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라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지난 23일에 개최된 1차 토론회를 되돌아보면, 5명의 후보가 18분 안에 상대 후보에 대한 질문과 자기방어 및 정책 설명을 하다 보니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했고, 특정 후보에 대한 질문 쏠림 현상으로 인해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에 대해 제대로 된 검증을 할 수 없었다.
특히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파면으로 인해 단기간에 대선을 치르다 보니 토론회에서 후보자들이 자신의 강점을 내세우기보다는 상대의 약점을 공격해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네거티브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중앙선관위 주관 토론회를 포함해 지난 세 차례 토론회가 끝난 뒤 후보자의 발언 진위가 논란이 된 바 있는데, 발언에 대한 팩트를 즉각 확인할 수 있는 검증 시스템 마련이 절실히 요구된다.
지난해 미국 대선 TV토론의 경우 토론회 직전까지 기자들이 팩트 체크 항목을 미리 작성해 놓고 실시간으로 발언의 진위를 검증한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도 언론사들이 중심이 되어 후보자 토론내용에 대한 신뢰성 높은 팩트 체크를 통해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에 일조해야 할 것으로 본다.
/문철수 한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