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틀어쥐고 있는 사업·예산 지방 이양
출연금 지원도 총액예산제로 통합교부해야
문화계·지자체, 재정확보 방안 논의 준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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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인천발전硏 선임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조기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대선후보들은 각종 공약들을 내세우고 있지만 문화정책은 새로운 게 없어 걱정스럽다. 박근혜 정권에서 저질러진 국정농단은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사업에 일부 문화인과 문광부 직원들이 최순실 일파의 이권 개입을 협력 방조하는 과정에서 저질러진 것이었다. 그런데 그 원인을 따져보면 국가가 문화를 통제하고 주도하려는 전근대적 사고이다. 블랙리스트 작성을 통해 비판적 예술인을 배제하고, 미르재단과 K재단을 통해 입맛에 맞는 문화나 스포츠만을 양성하려는 기도가 국가적 참사로 확대된 것이다. 대선후보들이 이같은 국정농단 원인을 진단하고 전향적인 처방을 내놓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국정농단 사태가 남긴 교훈은 정부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문화정책의 기본을 다시세우는 것, 그리고 문화정책을 중앙정부가 주도할 것이 아니라 정책결정권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문화분권'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이다.

문화분권을 위한 과제 가운데 지역문화재단의 기능 정상화는 최우선적으로 고민해야한다. 지역문화재단은 90년대 후반 이래 지방자치제에 부응한 지역문화발전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실현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으로 여겨졌으며, 문화예술 전문가 조직으로 구성된 자율적인 문화 자치 기구로 발전해나갈 것이라는 기대 속에 속속 설립되었다. 현재 전국 대부분의 광역시도에 설립되어 있으며, 50여개의 기초자치단체도 문화재단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2014년 말 제정된 '지역문화진흥법'에서 지역문화재단의 설립운영에 관해 규정함으로써 지역문화재단은 법적인 위상도 지니게 되었다.

문제는 전국의 문화재단이 대부분 국가 및 지자체 위탁사업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 시도문화재단 사업비 가운데 지자체 출연금은 평균 15%내외이며 자체예산은 10% 미만으로 나타나고 있다. 나머지는 국비 35.9%, 지자체 위탁비 32.7% 로 나타나고 있어 총체적 부실상태에 빠져 있다. 이같은 의존적 예산구조 때문에 지역문화재단은 지역문화를 지원하는 기구가 아닌 중앙과 지방 정부의 공모 사업이나 위탁 사업을 '대행'하는 사업단위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공모사업은 정부의 기준에 의해 선정 평가되기 때문에 지역의 특성이나 여건을 반영하기 어렵다. 지역문화재단이 지금처럼 정부 '위탁기관'처럼 운영되는 파행이 계속된다면, 지역문화진흥의 요체라 할 수 있는 지역특성화나 문화다양성의 실현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문화분권의 실현을 위해서는 문화도시 사업을 비롯하여 중앙정부가 '틀어쥐고' 있는 각종 사업과 예산을 지방으로 이양해야 하며, 지자체도 지역문화진흥에 필요한 장기적 재정수요를 파악하여 안정적으로 출연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만들어야 한다. 또 출연금 지원방식도 총액예산제로 통합교부해야 지역문화계와 문화재단이 예산을 관리하고 배분할 수 있는 자율적 편성권과 자치능력도 높일 수 있다. 지역문화재단도 저금리로 인해 사실상 사장되고 있는 기금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구책을 찾아야 한다. 결국 문화분권의 본격적 공론화는 새정부 출범 이후가 될 것이다. 문화계는 물론 각 지자체는 정부에 대해서는 각종 문화사업과 예산을 지방으로 이양할 것을 요구하면서, 지역문화진흥의 플랫폼인 지역문화재단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재정확보 방안에 관한 논의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김창수 인천발전硏 선임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