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엔 별난 대통령도 쌨다. 지난 4일 남미 에콰도르선관위는 대통령 당선자를 공식 발표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러시아 혁명가이자 소련 공산당 창시자인 레닌(Lenin)과 같은 이름인 레닌 모레노(Lenin Moreno)였고 더욱 웃기는 건 부통령이었던 그를 대통령으로 적극 밀어준 사람이 반미좌파 라파엘 코레아 전 대통령이라는 거다. Korea 'Corea'보다 r자 하나만 더 붙었을 뿐 발음이 같은 코레아(Correa)다. 그런 '레닌' '코레아'보다도 놀라운 건 또 있다. 새 대통령 레닌 모레노가 휠체어에 앉아 있는 거다. 일본에선 휠체어가 '차의자(車いす)', 중국서는 '바퀴의자(輪椅)'지만 아무튼 그는 선천적인 장애인은 아니었다. 강도를 만나 심한 부상을 당한 결과라고는 하지만 활동성이 왕성해야 할 대통령이 휠체어를 타고 있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터키에선 또 지난 16일 내각제를 대통령제로 바꾸느냐 여부의 국민투표에서 근소한 차이로 대통령제 개헌안이 통과됐다. 그 새 헌법으로 '아타튀르크(Ataturk→아버지인 터키 사람)'라 불리는 터키 국부 케말 파샤(Kemal Pasha)가 1923년 실시한 의원내각제는 94년 만에 대통령제로 바뀌면서 독재자 에르도안(Erdogan)의 권한은 더욱 막강해졌고 사실상 옛 제왕의 권위인 술탄(Sultan)으로 등극했다는 것이다. 세상에, 민주시대를 거슬러 옛 왕정시대로 복귀하다니! 그 에르도안이 누구던가. 작년 여름 터키 쿠데타를 진압한다면서 역쿠데타를 일으켜 숱한 군인과 경찰, 공직자를 숙청한 독종 냉혈한이다. 프랑스에서도 별나게 중도파 정치신인 마크롱(Macron·39)과 '프랑스 우선주의'를 주창해온 극우파 르 펜(Pen·49)이 다음달 7일 남녀대결 결선투표를 벌인다. 영어 macron은 장음부호, pen은 펜촉, 울타리인 것도 우습지만 마크롱의 아내는 24년 연상으로 모자 사이 같다.
다음달 우리 땅엔 어떤 대통령이 치솟을 건가. 별난 건 아직까지도 결정을 못했다는 유권자가 대다수다. 일찍이 사례가 없었다. 지각 있고 콩인지 보리인지 구별할 줄 알고 魚자와 魯자는 언뜻 봐도 확연히 다르다는 걸 판별할 수 있는 연령층은 거의 그런 것 같다. 이래저래 세상은 요지경 속이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