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에 개봉한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사이코(Psycho)'는 히치콕을 서스펜스의 거장이라는 위치에 올려 놓은 작품이다. 특히 샤워하는 여 주인공을 남자 배우가 살해하는 장면은 영화사에 남는 명장면으로 기록된다.
영화는 '메리언 크레인'이라는 젊은 여성이 직장에서 4만 달러를 훔쳐 달아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녀는 유부남 애인과 함께 살겠다는 막연한 욕망 외에는 아무 계획도 없이 마을을 떠나, 밤새 빗길을 달려 길가의 모텔에 도착한다. 모텔의 지배인은 뭔가 어색하지만 친절해 보이는 '노먼 베이츠'라는 젊은이다. 그날 밤 메리언은 샤워를 하던 도중 노파처럼 보이는 사람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죽는데 이 충격적인 장면 때문에 당시의 관객들은 객석에서 비명을 질러댔다. 당시로서는 매우 무섭기도 했지만 그전까지 상업영화의 여 주인공이 영화의 절반도 지나기 전에 그렇게 잔인하게 살해당한 적이 없었기에 관객들의 충격은 배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극 초반에 여주인공이 돈을 훔쳐 달아나는 장면 때문에 대다수 관객들은 돈다발의 향방에 집중하게 되는데, 그것은 여주인공을 영화의 주요 배경인 모텔로 인도하는 미끼로 이용될 뿐이다. 이처럼 영화에서 중요한 것처럼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줄거리와 전혀 상관없이 관객들의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극적 장치, 혹은 속임수를 '맥거핀 효과(MacGuffin effect)'라고 한다. 굳이 요즘 말로 번역한다면 '떡밥' 정도 될까.
원래 맥거핀이라는 용어는 1940년 히치콕 감독이 자신의 영화 '해외특파원(Foreign correspondent)'에서 별의미 없이 사용한 암호명이었다. 그것은 한 스코틀랜드인의 이름에서 차용한 것이라고 한다. 맥거핀은 한때 영화 용어로 한정됐지만 현재는 여러 분야에 걸쳐 널리 쓰이고 있다.
최근 대선을 앞두고 인터넷과 SNS상에서 대선후보들의 TV 토론회와 관련된 뉴스가 넘쳐난다. 그런데 여전히 공약과 정책에 대한 검증과 실현 가능성을 제시한 기사보다는 후보들의 말실수나 신변잡기, 토론회 태도 등에 대한 기사가 훨씬 인기를 끈다. 유권자들은 '선거 맥거핀'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김선회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