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토리]인천 상수도의 역사
(사진왼쪽부터) 1908년 준공 당시의 송현배수지, 1960년대 급수차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1967년 부평정수장 공사 기공식, 남동정수장. 그래픽/박성현기자·성옥희기자 pssh0911@kyeongin.com

개항후 인구 급증 日주도 수도계획
노량진 관로 연결… 1910년 첫급수
1960~1970년대 도시화 거치며 증설
1986년 전국 첫 고도정수시설 도입

보안유지 상수도 시설 시민에 개방
2006년 공모통해 미추홀참물 개발
2025 인천수도정비 기본계획 추진
수질관리·최적 정수시스템등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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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도는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발명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많은 사람들에게 깨끗한 식수를 제공해 질병의 위험을 낮추는 의학적 진보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상수도는 고대 로마시대에 처음 설치됐다고 한다.

시내와 호수의 물을 끌어들이고 침전지에서 불순물을 가라앉힌 다음, 저수조와 배수조를 거쳐 각종 관로를 통해 주택과 군대, 목욕탕 등에서 쓸 수 있도록 했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상수도 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에 근대적 상수도가 들어온 건 19세기 말엽이다.

1883년 개항으로 외국문물이 급속도로 유입되던 인천도 이 무렵부터 상수도가 본격 설치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상수도는 혼란했던 해방기와 전쟁 후 어려움 속에서도 산업화·공업화를 거치며 사람들의 생활공간에서 매일 흐르는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됐다. 인천 상수도 역시 이런 대한민국 상수도의 발전 역사와 궤를 같이하며 성장해왔다.

# 개항, 인천 상수도의 시작

인천의 상수도 보급(1910년 12월)은 부산(1895년 1월), 서울(1908년 1월), 평양·목포(1910년 5월)에 이어 전국에서 5번째로 시작됐다.

1883년 개항을 맞은 인천의 인구는 1895년 9천500명이었다.(물론 강화, 옹진, 검단 등지를 포함한 지금의 인천지역 행정구역과는 다르다.) 그런데 1900년에 들어서 1만6천445명으로 늘더니, 1905년 2만6천330명, 1910년 3만1천11명 등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개항 전만 해도 전동, 용동, 화수동, 송림동 등엔 큰 우물이 있어 지역 주민들의 식수 확보에 어려움은 없었지만, 개항 후 이런 급격한 인구 증가는 상수도의 필요성을 가중시켰다. 중구 신포동 일대에 형성된 일본, 중국, 영국 등 조계지의 영향도 컸다.

인천에서 처음으로 상수도 도입이 계획된 건 1905년 2월 '재인천 일본 거류민 단장'이었던 토미타가 가토(富田耕司加藤) 영사 등 일본인 40명이 자신들의 물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상수도 설계를 논의하면서부터다.

이들은 개항장인 지금의 신포동 일대에서 6㎞ 정도 떨어진 문학산 계곡에 수원지를 건설해 약 1만4천 명에게 1인당 하루 38ℓ의 물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실용성과 그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결국 사업 자체가 무산된다.

이어 1905년 8월 일본 내무성 기사인 나카지마(中島) 박사의 주도로 인천의 상수도 설계가 완성됐다. 서울 노량진을 수원지로 해 인천에 급수하는 것을 주요 내용을 한 '경인수도계획'이 완성된 것이다.

대한제국은 1906년 일본이 제안한 경인수도계획을 받아들이기로 했고 관세 수입을 담보로 당시 1천만 원을 일본흥업은행에서 대출받는 방식으로 상수도 공사 자금을 마련하게 된다.

1906년 11월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됐고 1908년 1월에는 수도국 출장소가 인천에 들어서게 된다. 공사는 순조롭게 진행돼 1908년 10월 송현 배수지가 준공됐고 1910년 9월에는 노량진에서 인천에 이르는 상수도관 매설 공사와 펌프실 건축이 마무리됐다.

1910년 10월 통수식을 가졌고 그 해 12월 1일부터 마침내 인천지역에 수돗물 급수가 시작됐다. 노량진에서 상수도 관로를 타고 인천으로 넘어온 물은 송현 배수지(현재 인천 동구 송현동)로 합류됐고 이곳에서 인천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송현 배수지는 송림산(지금의 동구 수도국산) 정상에 설치됐다. 3개의 사각형 저수조로 구성된 배수지는 길이 43.32m, 폭 33.54m, 깊이 4.38m로 1만5천579t의 물을 저장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부지 면적은 3만6천780㎡로 준공 당시 배수지를 관할하는 사무실 등이 있었지만, 현재는 제수변실(배수관의 단수 및 유압조절기능을 하는 제수밸브를 보호하는 시설물)과 철제 정문 등만 남아있다. 제수변실의 출입구 위에는 '만윤백량(萬潤百凉·백 번이 흐르면 만 번이 빛난다)'이라 써진 현판이 붙어있다.

송현 배수지가 위치한 원래 산 이름은 송림산이지만, 배수지가 설치되면서 주민들은 이곳을 수도국산(水道局山)이라 불렀다.

상수도 보급 후 1923년 수도 계량제가 실시된다. 당시 수도 당국은 물을 절약하겠다며 계량제를 도입했다. 그런데 수도료가 3배 이상 늘어나 시민들의 불만이 폭주했다고 한다.

계량제 실시는 수도료 부담 가중 외에도 또 다른 말썽을 일으켰다.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수도는 몇 사람이라도 요금을 체납할 경우 수도전을 아예 폐쇄했는데, 선의의 피해자들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수돗물을 먹지 않기로 의결하는 등 '수도 불음동맹'까지 결성됐다고 한다.

수도사업소 직원의 비리도 많았다. 1921년 8월에는 요금을 징수하는 출납 보조원이 수년간에 걸쳐 장부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2천원의 수도징수료를 착복해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월 75원을 받는 봉급자가 호화생활을 하는 것을 수상히 여긴 경찰이 조사 끝에 출납 보조원을 붙잡은 것이다.

이밖에 1923년에는 5년 전 수도료를 내라는 독촉장이 인천 지역 수백 명에게 발부돼 주민들의 원성을 사는 등 상수도 계량제 실시 초기에는 웃지 못할 일들이 많이 발생했다고 한다.

인천 상수도는 광복 후 혼란기와 한국전쟁으로 인한 황폐화에서 벗어난 60·70년대 산업화·공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확장을 거듭한다. 인구는 비약적으로 늘었고, 도시화에 따른 수도 확충이 시급했다.

이때까지 인천 전역의 급수를 관장하던 송현 배수지에 이어 1968년 수봉산 배수지가 건설돼 남구와 중구 일부 지역 수돗물 공급을 담당하게 됐다. 이후 1981년 자유공원, 용현, 만수 배수지 등 세 곳이 신설됐다.

1980년대 후반부터는 남동정수장 건설계획과 노온 정수장 신설 사업에 맞춰 문학 배수지, 장수 배수지 등 대규모 배수지가 건설되면서 급수난 해소에 기여했다. 부평정수장은 1986년 전국 최초로 고도정수처리시설을 도입해 한강 가양취수장의 물을 정수해 인천 시내에 공급했다.

인천 상수도는 지난 2006년 시민 공모를 거쳐 자체 브랜드 '미추홀참물'을 개발했다. 미추홀참물은 인천의 옛 지명인 미추홀에서 나는 깨끗한 물에 참된 마음을 더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동북아시아의 허브 도시로 성장하는 인천을 대표하는 물로 최고의 품질과 맛을 선사하겠다는 의지도 담았다.

보안 시설로 일반인들의 접근이 금지되던 상수도 시설들도 개방됐다. 송현 배수지는 야외 체력 단련시설 등을 갖춘 주민 휴식처로 이용되고 있고, 문학 배수지도 예술적 환경의 휴식공간과 체육공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남동 정수장 뒷산 일대도 쾌적한 휴식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시민들이 더욱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지원시설로 활용되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인천의 급수면적은 총 336.52㎢로, 7곳의 정수시설에서 생산된 하루 96만9천㎥의 수돗물이 6천420㎞의 각종 관로를 따라 각 세대에 공급되고 있다.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인천 상수도는 대한민국의 수도 역사와 궤를 같이하면서 성장해왔다"며 "시민에게 더욱 사랑받는 인천 상수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 기대되는 미추홀참물

'2025 인천 수도정비 기본계획'은 인천 상수도의 미래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이 기본계획은 '안전하고 깨끗한 물 공급', '합리적 보편적 서비스', '경쟁력 있는 수도사업', '기후변화 대응 스마트 상수도' 등 크게 4가지 축을 주요 뼈대로 하고 있다. 우선 안전하고 깨끗한 물 공급을 위해 정수장 고도정수처리 도입사업과 노후관 개량사업이 집중적으로 추진된다.

또 도수관로 복선화와 정수장 관 비상연계 구축을 통한 무단수 급수체계가 구축된다. 합리적이고 보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정수장 고도사업과 송배수 개량사업 등 시설 개량사업에만 총 4천억 원 이상 투입된다. 현재 공촌정수장 고도정수처리시설 사업이 추진 중이다.

특히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는 평균 30년 이상 된 노후관을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총 307.4㎞를 교체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도수관로 복선화 등 안정화 사업엔 1천150억원 규모의 사업비가 투입될 전망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원수를 확보해 경쟁력 있는 수도사업을 펼치겠다는 계획도 있다. 현재 팔당 원수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저렴한 풍납 원수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수관로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합리적인 상수도 재정계획을 수립하겠다는 것이다.

수자원과 상하수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물 낭비를 줄이는 스마트 워터 그리드 사업, 물 재이용 등을 추진해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체계도 갖춘다.

만성적인 물 부족 문제가 있는 섬 지역의 근본적 용수확보를 위한 해수 담수화 사업도 함께 추진된다. 우선 소청도, 소연평도에 사업비 57억 원을 투입해 250t 용량의 담수화 시설 공사가 연말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390여 명의 섬 지역 주민들의 불편을 덜 것으로 예상된다. 주민 1천300여 명이 사는 대청도는 500t급 용량의 담수화 시설이 2018년까지 완공되고, 대연평도와 지도, 울도, 백아도 등 섬도 2021년까지 담수화 시설 공사가 진행될 계획이다.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수질관리강화와 소독체계 개선, 최적의 정수시스템 구축, 냄새 없는 수돗물 생산으로 시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이현준·김명호기자 upl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