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일을 열흘도 채 남겨두지 않은 올해 대선판은 그야말로 '격동' 그 자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으로 촉발된 조기 대선 레이스는 불과 60일에 불과하지만 역대 어느 대선보다 변화와 부침이 격심한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초단기 레이스에 역대급 판세변화"라는 촌평이 나오는 까닭이다.

사실 올해 대선판의 '변동성'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으로 대권 경쟁이 본격화한 지난 1월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그 때부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대세론'을 동력 삼아 선두를 지키는 가운데 그를 추격하는 다른 주자들이 '뜨고 지기'를 반복해왔다.

극적인 부침을 경험한 첫 주자는 반 전 총장이었다. 반 전 총장은 '문재인 대세론'을 뒤흔들 범보수 최고 기대주였다. 하지만 귀국 후 여론조사 지지율이 하향곡선을 그리자 2월 1일 중도 하차하고 말았다.

바통을 건네받은 이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그는 지지율이 10% 안팎을 기록하면서 출마설이 끊이질 않았으나, 대통령 파면 이후 닷새 만인 3월 15일 대선판에서 스스로 발을 뺐다.

문 후보와 당내 경선에서 맞붙었던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롤러코스터를 탔다. 그는 2월 중순 한때 지지율이 20%대까지 치솟았으나 이때 불거진 '박근혜 선의' 발언 논란 등에 발목이 잡히면서 하락세로 반전했다.

대선판은 이달 초 또다시 크게 요동쳤다. 경선 효과에 반문(반문재인) 표심까지 흡수하면서 지지율이 급등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문 후보와 사실상 양강 구도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5자 구도가 확정된 이후 첫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전주보다 16% 포인트 오른 35%를 기록, 문 후보(38%)를 오차범위 내에서 추격했다. 해당 조사는 4~6일 전국 성인 1천5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였다.

지난주부터는 문 후보와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하향정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지율 급등에 따라 집중적인 검증 공세를 받은 데다 13일부터 이어진 대선후보 TV토론에서의 부진 등이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선거판이 널 뛰는 사이 '제3지대론', '빅텐트론' 등 반문 연대를 모색하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아직 실질적 결과물을 만들어 내지는 못한 상태이다.

이러한 '역대급' 판세 변화는 거대한 보수 부동층 때문이라는 분석이 대체로 많다.

보수의 '운동장'은 국정농단 사태와 대통령 탄핵을 거치면서 공백 상태가 됐다. 반문 정서에 부응할만한 유력 보수후보를 찾지 못한 유권자들의 눈길이 이리저리로 쏠리면서 빚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보수층 표심이 반기문-황교안-안희정-안철수 등으로 연쇄 이동하면서 대선판을 흔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3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후보들의 지지율이 이처럼 급등락을 거듭하는 것은 사실상 초유의 일"이라고 밝혔다.

신 교수는 "보통 선거 막바지가 되면 진보-보수 대결로 굳어지는데 이번은 야-야, 혹은 진보-중도 대결이 되면서 보수 성향의 부동층이 급증했다"면서 "열흘 남은 지금도 부동층이 20~25%는 된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최근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상승세를 타면서 대선판은 또다시 출렁이고 있다. 홍 후보의 지지율이 두 자릿수에 진입하면서 안 후보를 추격하는 양상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