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첨가물로 칭송되는 시대에
사람들 영혼·참생명 메말라 가
국가기관 닮은 부대들이
인터넷망 파고 들어 포격 명령
두 포털 그들 용맹에 무릎 꿇어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말씀 거칠게 하니, '백성'들이 다투어 그분을 따라 말하고 쓴다. 전자게임에서 적을 마구 도륙하는 워리어가 된다. 급속히 확대된 인터넷 문화는 호화찬란한 소통 문화의 개활지로 변했다.
사실, 이런 말펀치, 글폭력은 군사독재 시절에 군림하던 사람들이나 쓰던 것이다. 불법 집권해서 무서울 게 없는 무리가 힘없는 '백성', 저항하는 '난도'들을 향해 카메라 모아놓고 눈 부라리며 썼다.
저항하는 사람들도, 그중에서도 젊은 학생, 노동자들도 같은 말, 글을 썼다. 싸우면서 투쟁과 공격의 언어를 익혔다. 삶의 말과 글이 군사 용어들로, 증오와 비난의 표현들로 오염되어 갔다.
이것이 그 지지지난 대통령 시대에 극적으로 인터넷에 상륙했다. 거침없는 비난과 비하, 조롱, 야유, 적대적 공격의 언어가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을 업었다. 지지난 대통령, 지난 대통령의 시대에 이 문화는 더욱더 발전, 융성했다. 문화 융성이라는 허울 좋은 표어 아래 말과 글은 더욱더 군사화, 폭력화되었다. 국가 기관이 버젓이 댓글부대를 창설하고 '적'을 설정하고 말폭탄, 글폭탄을 투하했다. 맞아 죽으라는 듯 말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이렇게 폭격에 노출되어 '학대'당하던 진영으로부터 반격이 시작됐다. 이 저항 진영은 이미 지지지난 대통령 때부터 실력을 연마해 온 터라 한번 작정을 하고 나서자 그 국가기관 뺨칠 만큼 체계화, 조직화, 대량화되었다.
이제 전투 '기계'가 완비되었다. 공상 미래 영화 '토탈리콜'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전자 레이더를 통한 적의 색출, 조준, 포격, 임무 완수, 또다른 명령 하달 같은 전자 게임적 대량 살상이 현실화되었다.
이것이 바로 이번 선거의 적나라한 현실이다. 모든 정보 전달, 의사소통이 인터넷화, 휴대폰화 하면서 날 것의, 직접의, 육성의, 종이 출판물의 말과 글은 무력화 되었다. 이 모든 아날로그적 말글은 오로지 디지털화될 때만 힘을 쓸 수 있다,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
그리하여, 네이버와 다음이 이번 선거에서는 가장 무서운 매체로 대두했다. 종이 신문에 나는 정보, 뉴스 따위는 그 자체로는 차라리 '무력'하다. 포털 사이트들이, 실시간 뉴스에 상위 랭크시켜 주지 않는 한, 댓글 많은 뉴스, 많이 본 뉴스로 카운트해 주지 않는 한, 그것들은 정보의 홍수, 바다 속에 잠겨버릴 수밖에 없다.
네이버와 다음, 두 포털이 누구를 점지하느냐에 이번 선거의 명운이 달렸다. 그런데 이 사실을 누가 가장 잘, 명확하고도 냉철하게, 아니, 영리하게 알고 있을까?
김어준 씨다. 딴지일보 창업자이자, 정봉주, 김용민, 주진우 씨 등과 함께 '나꼼수'라는 불멸의 저항 팟캐스트를 구축한 인물. 그가 이 모든 사태를 논리 이전에 동물적 후각, 촉각으로 '완전히' 파악했다. 그리하여 지금 이 '나꼼수'는 마치 분열 생식하듯, '파파이스', '브리핑', '전국구' 같은 것들로 분화해서 인터넷 상의 팟캐스트 상위 링크를 완전히 장악했고, 나아가 그들 못지 않은 모방적 팟캐스트들을 발생 '시켰다'.
그때 지난 대통령이 마침내 숱한 행악 끝에 탄핵을 당했다. 그러자 공중파 방송들, 종편 채널들, 라디오 방송들에서 이들 정의와 진보의 워리어들에게, 놀랍게도 시간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세상이 변했음을 참, '빠르게도' 알아차린 것이다!
지금 내 눈에 상처 입은 말, 피 흘리는 글이 전투 현장에 널려, 쓰러져 나뒹구는 모습이 보인다. 공격과 야유, 조롱의 말과 글이 음식에 좋은 맛을 내는 보조물로 칭송되는 시대에 사람들의 영혼은, 참생명은 메말라 간다. 국가기관이 창설한 '더러운' 부대를 닮은 부대들이, 지금 인터넷망에 참호를 파고, 작전회의를 하고, 포격 명령을 하달한다. 다음과 네이버 같은 '기계'를 이 지휘관들은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들의 용맹과 지혜에 네이버와 다음은 무릎을 꿇어버렸다.
아! 너무나 위대한, 전설로 남을 지휘관들이여, 명석하고도 예리한 워리어들이여!
그대들의 진보와 정의가 부디 오래 분별 있는 것으로 남기를. 그대들이 세월호의 진실과 가난한 이들의 현실을 위해 싸웠던 지난 시간들처럼.
부디, 부디, 변질되지 않기를. 이미 늦었는지도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아, 그렇지 않을 것이다.
/방민호 문학평론가·서울대 국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