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어에 '니게키루(逃げ切る)'라는 말이 있다. 경마나 경륜(競輪), 육상 경주에서 한 선수가 따라붙을 수 없게 멀찍이 달아나는 걸 가리키는 말이다. 이번 우리 보궐대선의 문재인 후보가 꼭 그런 형상이지만 비결이 뭘까. 그게 바로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악대(樂隊)차 효과라는 거 아닌가. 크고 요란한 축제의 거리 행렬 때 그 맨 앞에서 귀가 찢어질 듯 관악기와 타악기를 울려대며 행렬을 선도하는 밴드 차 효과 말이다. 다시 말해 축제 관중이 도로 양쪽에서 손뼉치고 환호하며 구경만 하는 게 아니라 그 선도 밴드 차를 아무런 의식 없이 조건반사로 따라가는 행위, 우르르 줄지어 뒤따르는 효과다. 유행 정보를 따라 무조건 상품을 구매하고 보는 행위 따위도 그런 효과고 밴드왜건 효과와 반대 효과는 '스놉(snob)효과'라는 거다. snob은 '잘난체하는 속물'이지만 상품 소비가 확 증가하면 '에이 난 안 사!' 식으로 수요가 확 줄어드는 효과다. 문재인의 경우는 밴드왜건 효과다.
심리학 용어에 'conformity(同調性)'라는 말도 있다. 사회생활에서 유별나고 중뿔나다는 소리가 신경 쓰여 그냥 주변 다수와 똑같은 행동양식을 취하는 성향이다. 보다 신랄한 말은 중국어 '일견폐형백견폐성(一犬吠形百犬吠聲)'이다. 개 한 마리가 그림자를 보고 짖으면 뭇 개들이 따라서 짖어댄다는 뜻이다. 전혀 판별력도 줏대도 없이 남이 하는 대로 따라 하는 짓을 비유하는 말이다. 또한 한 사람이 노래를 부르면 백 사람이 따라 부른다는 '일창백화(一唱百和)'나 한 사람이 외치는 소리에 백 사람이 호응한다는 '일호백응(一呼百應)'이라는 중국어도 그렇고 입에 담기조차 거북한 말이 또 '일비공출기(一鼻孔出氣:이비쿵추치)'다. 한 콧구멍으로 숨쉬는 한 통속이라는 뜻이다. 주장하는 바도 태도도 같다는 소리다.
문재인 후보가 밴드왜건 효과에 떠밀려 완주할지, 아니면 안철수 홍준표가 투견에서 밑에 깔린 개에 대한 동정심의 '언더독 효과'를 입어 막판에 빛을 볼지 대선 경주 결판이 딱 1주일 남았다. 그런데 후보들의 IQ는 물론 AQ(성취 달성지수), DQ(발달지수) 등을 사전에 체크할 수 있는 장치는 없는지 아쉽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