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임박 유세차 인도 점령
홍보물 횡단보도 가려 위험
주택가 소음피해 민원 빗발
선관위·경찰 소극적 처분만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각 후보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과열된 선거운동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1일 오전 11시 40분께 인천시 계양구 작전동의 한 대형마트 앞 사거리. 북인천세무서에서 대형마트 방향으로 건너는 횡단보도가 설치된 인도에 선거후보 유세차가 차량의 반을 걸쳐 세워놓고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인도를 지나는 시민들은 인도의 반 이상을 점령한 유세차량 때문에 2명이 나란히 걷기도 힘든 모습이었다. 이 때문에 유세차를 피해 아예 차도로 내려가 걷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이곳에서 만난 김화순(68·여)씨는 "인도와 횡단보도를 가로막으면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 아니냐"며 "시민들에게 피해만 주고 있는 것 같아 해당 후보에 대한 거부감까지 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도로를 뒤덮은 현수막도 보행자들의 통행을 방해하고 있다. 부평구 부평동 동소정사거리에서 부개역 방향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들은 고개를 숙여야만 한다. 한 후보의 선거 현수막이 성인 남성의 키보다 낮은 높이로 매달려 있기 때문이다. 현수막이 보행자의 시야를 가려 건너편의 신호등은 전혀 볼 수 없었다.
김경진(부평구 부평동·32)씨는 "무책임하게 현수막을 걸어 놓고 사후 관리는 하지 않는 것 같다"며 "이러다 머리가 걸려서 자칫 사고라도 나면 이 후보에게 투표하고 싶은 마음은 더 사라질 것 같다"고 말하며 화를 냈다.
인천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17일부터 이날까지 교통방해로 인한 34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이와 함께 유세차량의 소음에 의한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은 254건에 달했다.
실제로 이날 오전 11시 40분께에는 계양산 공영주차장 앞 2차선 도로에서 유세차가 한 차선을 막아 차량이 교행하지 못해 경찰에 신고가 접수되는 일도 있었다.
이러한 사정에도 경찰과 선거관리위원회는 현장 계도 등 소극적인 처분만을 내리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할 수도 있지만, 고의성은 없는 데다 선거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해당 후보 선거연락소에 차량이나 현수막 위치를 옮기라고만 이야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시민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인천 계양구에 사는 김정연(59·여)씨는 "대통령 되고 싶다고 선거에 나온 사람들이 시민들에게 이렇게 피해를 줘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경찰이나 구청에서 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아 애꿎은 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지금 같아서는 아예 투표를 안 할 생각이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