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장미대선을 뜨겁게 달군 6차례의 TV토론이 2일 막을 내린다.
지난달 13일 SBS·한국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1차 토론회를 시작으로 KBS와 JTBC가 한 차례씩 토론회를 주최했으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이날 저녁 열릴 예정인 토론회를 포함해 총 3차례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TV토론과 비교하면 횟수부터 3차례에서 6차례로 늘었고 무엇보다 '대본없는 스탠딩' 토론을 도입해 비교적 깊이 있고 역동적인 토론을 이끌었다는 평이 나온다.
2012년 대선 TV토론이 미리 준비한 원고를 토대로 모두발언을 하거나 사회자의 질문에 혼자 답변하는 시간이 많았던 반면, 이번 TV토론은 후보들이 직접 토론하는 시간이 대부분을 차지하도록 설계해 후보 간 비교가 용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정책 검증보다 과거 의혹 들추기와 네거티브 공방 위주로 토론이 진행되는 등 과거 TV토론에서 지적된 문제점도 여전히 존재했다.
또 스탠딩 토론이 양자대결 또는 삼자대결에 적합한 방식인 탓에 5명의 후보가 토론자로 나선 이번 TV토론에서는 집중도가 떨어진 채 중구난방식으로 진행되는 등 진가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사회자의 개입을 최소화한 KBS 주최 2차 토론은 그야말로 5명의 후보가 물고 물리는 난상토론 양상으로 전개됐으며, 질문이 집중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질문에 답하느라 주어진 시간을 다 사용하는 일이 빚어지기도 했다.
시청자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준 장면과 한 마디, 한 문장으로 유권자의 시선을 휘어잡은 '어록들'도 쏟아졌다.
이번 토론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는 평을 받은 후보는 지지율면에서 뒤쳐진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다. 두 후보는 지지율과 당세를 고려할 때 잃을 것이 없다는 평가 속에 시원한 '사이다' 발언을 거리낌 없이 쏟아낼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심 후보는 이른바 '돼지흥분제'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홍준표 후보와는 토론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았고 '동성애는 찬반의 문제가 아니다' 등의 소신 발언으로 주목받았다.
실제 TV토론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5%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하던 심 후보는 5차 TV토론이 끝난 2일 기준 8∼10%로 지지율이 상승했다.
유승민 후보는 송곳 같은 논리와 문제 제기를 앞세워 문재인 후보와 일자리 공약 관련 재원을 두고 논쟁을 벌이는가 하면, 안철수 후보의 안보관을 집중 공략해 득점 포인트를 올렸다.
그러나 유 후보는 TV토론에서 선전했음에도 지지율은 크게 오르지 않았고, 결국 소속정당인 바른정당이 둘로 쪼개지는 최악의 위기에 몰렸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철저히 보수층을 공략해 들어갔다. '좌우 모두 세탁기에 돌려야 한다' '강성귀족노조가 경제위기 주범이다' '연봉 6천만원 넘으면 자영업자' 등 보수 유권자을 파고들만한 초강성 발언을 쏟아냈다.
'막말'에 가까운 발언으로 사퇴공세에 시달리며 다른 후보들로부터 뭇매를 맞은 동시에 보수결집에 일정부분 성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선두주자의 위치 때문에 다른 후보들로부터 질문과 공격이 집중되며 '1대4'의 대결구도 속에 협공에 처했지만 1강 독주 체제는 유지했다. 다만, 토론 과정에서 "이보세요", "정책본부장에게 물어보시라"는 등의 발언으로 고압적 자세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TV토론으로 가장 많은 타격을 입은 후보로는 안철수 후보가 꼽힌다. 특히,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로 열린 3차 토론에서 "제가 MB 아바타입니까. 제가 갑철수입니까"라고 문 후보에게 따진 것이 패착이 됐다는 평이 나왔다.
애초 문 후보 측의 네거티브 공방을 지적하려는 취지였으나 오히려 상대진영으로부터 "초등학생 같이 보인다", "속 좁아 보인다"는 등의 인신공격성 비난을 받았고, 문 후보 측 공세을 인지하지 못하던 시청자에게 'MB 아바타·갑철수'를 각인하는 역효과가 났다는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TV토론은 특정 후보 지지성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을 뿐 판세 자체를 흔드는 변수로 작용하지 못한다는 게 중론이나, 이번 TV토론은 유권자가 지지후보를 결정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3차 토론회 시청률이 40%에 육박하는 등 유권자의 관심도도 어느때보다 뜨거웠다.
여론조사업체 리서치앤리서치가 세계일보 의뢰로 지난달 29∼30일 유권자 1천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3.1%,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응답자의 47.8%가 'TV토론이 지지후보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반면, 'TV토론이 지지후보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23.4%로 영향을 미친다는 답의 절반에 그쳤고, '보통이다'라고 답한 비율은 24.4%로 나타났다.
이번 TV토론에 대해 전문가들은 새로운 형태의 토론방식을 실험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박한 평을 내놨다.
용인대 최창렬 교수는 통화에서 "스탠딩 토론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지만, 이 방식은 양자나 삼자 토론에 어울리는 것"이라며 "서서 하나 앉아서 하나 내용 면에서 큰 차이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TV토론은 검증수단이 될 수 없고 지지율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며 "이번 토론 역시 제대로 후보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고 TV토론만으로 지지율 변화가 일어났다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TV토론이 대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은 평가할 만 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지난달 13일 SBS·한국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1차 토론회를 시작으로 KBS와 JTBC가 한 차례씩 토론회를 주최했으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이날 저녁 열릴 예정인 토론회를 포함해 총 3차례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TV토론과 비교하면 횟수부터 3차례에서 6차례로 늘었고 무엇보다 '대본없는 스탠딩' 토론을 도입해 비교적 깊이 있고 역동적인 토론을 이끌었다는 평이 나온다.
2012년 대선 TV토론이 미리 준비한 원고를 토대로 모두발언을 하거나 사회자의 질문에 혼자 답변하는 시간이 많았던 반면, 이번 TV토론은 후보들이 직접 토론하는 시간이 대부분을 차지하도록 설계해 후보 간 비교가 용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정책 검증보다 과거 의혹 들추기와 네거티브 공방 위주로 토론이 진행되는 등 과거 TV토론에서 지적된 문제점도 여전히 존재했다.
또 스탠딩 토론이 양자대결 또는 삼자대결에 적합한 방식인 탓에 5명의 후보가 토론자로 나선 이번 TV토론에서는 집중도가 떨어진 채 중구난방식으로 진행되는 등 진가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사회자의 개입을 최소화한 KBS 주최 2차 토론은 그야말로 5명의 후보가 물고 물리는 난상토론 양상으로 전개됐으며, 질문이 집중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질문에 답하느라 주어진 시간을 다 사용하는 일이 빚어지기도 했다.
시청자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준 장면과 한 마디, 한 문장으로 유권자의 시선을 휘어잡은 '어록들'도 쏟아졌다.
이번 토론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는 평을 받은 후보는 지지율면에서 뒤쳐진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다. 두 후보는 지지율과 당세를 고려할 때 잃을 것이 없다는 평가 속에 시원한 '사이다' 발언을 거리낌 없이 쏟아낼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심 후보는 이른바 '돼지흥분제'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홍준표 후보와는 토론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았고 '동성애는 찬반의 문제가 아니다' 등의 소신 발언으로 주목받았다.
실제 TV토론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5%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하던 심 후보는 5차 TV토론이 끝난 2일 기준 8∼10%로 지지율이 상승했다.
유승민 후보는 송곳 같은 논리와 문제 제기를 앞세워 문재인 후보와 일자리 공약 관련 재원을 두고 논쟁을 벌이는가 하면, 안철수 후보의 안보관을 집중 공략해 득점 포인트를 올렸다.
그러나 유 후보는 TV토론에서 선전했음에도 지지율은 크게 오르지 않았고, 결국 소속정당인 바른정당이 둘로 쪼개지는 최악의 위기에 몰렸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철저히 보수층을 공략해 들어갔다. '좌우 모두 세탁기에 돌려야 한다' '강성귀족노조가 경제위기 주범이다' '연봉 6천만원 넘으면 자영업자' 등 보수 유권자을 파고들만한 초강성 발언을 쏟아냈다.
'막말'에 가까운 발언으로 사퇴공세에 시달리며 다른 후보들로부터 뭇매를 맞은 동시에 보수결집에 일정부분 성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선두주자의 위치 때문에 다른 후보들로부터 질문과 공격이 집중되며 '1대4'의 대결구도 속에 협공에 처했지만 1강 독주 체제는 유지했다. 다만, 토론 과정에서 "이보세요", "정책본부장에게 물어보시라"는 등의 발언으로 고압적 자세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TV토론으로 가장 많은 타격을 입은 후보로는 안철수 후보가 꼽힌다. 특히,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로 열린 3차 토론에서 "제가 MB 아바타입니까. 제가 갑철수입니까"라고 문 후보에게 따진 것이 패착이 됐다는 평이 나왔다.
애초 문 후보 측의 네거티브 공방을 지적하려는 취지였으나 오히려 상대진영으로부터 "초등학생 같이 보인다", "속 좁아 보인다"는 등의 인신공격성 비난을 받았고, 문 후보 측 공세을 인지하지 못하던 시청자에게 'MB 아바타·갑철수'를 각인하는 역효과가 났다는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TV토론은 특정 후보 지지성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을 뿐 판세 자체를 흔드는 변수로 작용하지 못한다는 게 중론이나, 이번 TV토론은 유권자가 지지후보를 결정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3차 토론회 시청률이 40%에 육박하는 등 유권자의 관심도도 어느때보다 뜨거웠다.
여론조사업체 리서치앤리서치가 세계일보 의뢰로 지난달 29∼30일 유권자 1천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3.1%,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응답자의 47.8%가 'TV토론이 지지후보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반면, 'TV토론이 지지후보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23.4%로 영향을 미친다는 답의 절반에 그쳤고, '보통이다'라고 답한 비율은 24.4%로 나타났다.
이번 TV토론에 대해 전문가들은 새로운 형태의 토론방식을 실험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박한 평을 내놨다.
용인대 최창렬 교수는 통화에서 "스탠딩 토론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지만, 이 방식은 양자나 삼자 토론에 어울리는 것"이라며 "서서 하나 앉아서 하나 내용 면에서 큰 차이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TV토론은 검증수단이 될 수 없고 지지율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며 "이번 토론 역시 제대로 후보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고 TV토론만으로 지지율 변화가 일어났다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TV토론이 대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은 평가할 만 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