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아니라 덜 민감 반응
중국산 훨씬 저렴 속여 팔기도
꽃 재활용하다 적발 '마찰'
'소비자 알권리' 홍보 강화
"소비자는 어디 꽃인지 따지지 않아요. 반 토막 난 매출이 더 걱정입니다."
2일 오후 광명시 노온사동의 서서울화훼유통단지. 생화, 분화 도매점 100여 곳이 모여 있는 유통단지에는 어버이날(8일), 스승의 날(15일), 성년의 날(15일) 등 연중 꽃 소비가 가장 많은 5월이 되면서 국산 외에도 중국산과 콜롬비아산 카네이션, 장미 등이 수십 단씩 진열돼 있다.
국화, 카네이션, 장미, 백합 등 꽃다발 용으로 판매하는 국산 절화류 11개 품목에 올해부터 원산지를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하면서 일부 업체는 '중국산'이라고 적힌 A4용지를 붙여 놓았다.
하지만 판매장 안에 쌓아둔 꽃바구니들에는 원산지가 표시된 꼬리표나 스티커 등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원산지 미표시 단속에 나선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바구니에도 원산지를 표시해야 한다"고 수차례 경고했지만, 도매업체 관계자는 "꽃은 먹거리가 아니어서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원산지를 따지지 않는다"고 얼버무렸다.
실제 국산 카네이션은 중국산보다 줄기가 가늘고 꽃받침이 연한 녹색이지만 품종이 같아 소비자가 맨눈으로 원산지를 식별하기 어려웠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는 "원산지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으면 중국산 카네이션을 국산으로 속여 비싼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중국산 카네이션 1단 도매가는 5천원으로 국산 7천~8천원보다 훨씬 저렴하다.
30여 분 뒤에는 다른 업체가 꽃 재활용 등으로 적발됐다. 하지만 생각지 못한 단속에 업체 관계자는 "먹고 사는 게 문제"라며 설전이 오갔다. 지난해 청탁금지법(김영란 법) 시행 이후 매출이 30% 급감하면서 단지 분위기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한 업체 관계자도 "스승의 날 특수까지 사라질 위기"라며 "원산지를 표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꽃 선물이 뇌물처럼 비쳐지는 게 더 큰 문제"라고 푸념했다.
이에 대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꽃 판매가 위축됐지만,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원산지를 표시하도록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며 "제품 포장재에 직접 표시하기 어려울 경우에는 소비자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곳에 표시하면 된다"고 말했다.
/조윤영기자 jy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