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디어 내일인 대선 막판 표심이 깜깜이다. 문재인이 계속 선두인지, 아니면 안철수 홍준표가 따라잡거나 앞서는지 깜깜소식 깜깜부지(不知)다. 도대체 언제 누가, 왜 선거 6일 전부터는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못하게 금지조항을 만들었나? 그게 1990년대부터라니까 노태우 시절부터인지는 몰라도 멍청한 짓이다. 유권자 알 권리를 해치고 가짜뉴스가 판치는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다. 미, 영, 독, 일본 등 선진국에선 그런 게 없다. 작년 11월 8일 미국 대선만 해도 하루 전 또는 당일 아침까지도 여론조사 결과는 발표됐다. 뉴욕타임스는 당일 아침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 확률이 84%라고 했고 워싱턴포스트는 99%까지 내다봤다. 하루 전 CNN 보도도 46대 42로 힐러리 우세였다. 그러나 결과는 11곳 중 9곳이 보기 좋게 어긋났다. 여론조사 업체들과 주류 언론들이 개망신을 당한 거다.
선거 전날 '트럼프 우세'는 단 두 곳뿐이었다. LA타임스와 서던 캘리포니아 대(USC) 공동조사가 48대 43이었고 인베스터스 비즈니스데일리(IBD)와 또 다른 업체 공동조사가 45대 43이었다. 어쨌건 표심 이동과 요동 추이는 선거 당일 아침까지도 발표하는 게 낫고 옳다. 누가 무슨 권리로 6일 간의 유권자 알 권리를 압류한다는 건가. 그건 못하게 하면서 투표소 출구조사는 왜 하게 두는가. '여론'이라는 말도 한국과 중국서는 '여론'이지만 일본에선 '세론(世論)'이다. 일본도 전에는 '여론'이었지만 1946년 상용한자에서 輿자를 빼면서 '세론'이라는 말로 굳어졌다. '여론'보다는 '세론'이 낫다. 輿는 '수레 여'자로 옛날 치자(治者)인 임금이 가마 등 수레를 타고 가면서 밖의 기층민(서민) 소리를 엿듣는다는 뜻으로 쓰이던 말이 '여론'이다. 그야말로 시대착오적 언어다.
사회학자들이 말하는 '여론의 질'도 문제다. 한 점 붉은 마음(일편단심)은 언제든 '이편흑심(二片黑心)'으로 바뀔 수 있다. 확 쏠리는 여론과 군중심리가 무섭지만 무모하기도 하다는 거다. 왕초 쥐를 따라 낭떠러지로 줄줄이 떨어지는 북극 레밍(lemming)→나그네 쥐 떼 신세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중국엔 '순종여론(順從輿論)'이라는 말도 있다. 얼마나 웃기나.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