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 첫날 집 나선 강용희옹
이승만 前대통령 후보때 첫 투표
이후 한 번도 빠짐없이 선거참여
"투표는 국민으로서 당연한 권리
큰 손주 잘살 수 있는 나라 소망"
인천 남구 도화동에서 60년 넘게 살고 있는 강용희(98) 할아버지는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4일, 불편한 몸을 이끌고 혼자서 투표소를 찾아 한 표를 던졌다. 이날 인천 남구에서 최고령 투표자였다. 할아버지는 생애 마지막 투표가 될 수도 있기에 남들보다 먼저 투표소에 갔다고 했다.
강용희 할아버지는 제2대(1952년) 대선인지 제3대(1956년)인지는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이승만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투표할 때의 대선 후보였던 것은 확실하다고 했다. 할아버지가 남한으로 내려온 1950년 이후 처음으로 경험한 대선이 제2대 대선이라면, 할아버지는 역대 모든 직선제 대선에 참여한 셈이다.
"피란민 출신이다 보니 전쟁에 대한 공포가 심했고, 그땐 못살던 시절이라 국민들을 배부르고 등 따습게 해줄 후보가 선택 기준이었어요. 고향에 두고 온 가족을 만나고 싶은 바람도 컸죠."
대선 결과에 따라 정국은 요동쳤다. 정부 수립 초기에는 부정선거도 횡행했다. 5~9대(1963~1979년)를 지낸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2년 12월 유신헌법을 선포해 대통령 직선제를 폐지하기도 했다. 당시 유신헌법은 국민투표로 확정됐는데, 투표율 92.9%에 찬성 91.5%였다. 대통령 직선제는 1987년 13대 대선 때 부활했다.
13대 대선 이후부터 강용희 할아버지의 선택과는 반대의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대선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독재가 아니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거동이 불편한 데도 사전 투표 첫날에 투표한 이유를 묻자 할아버지는 "국민으로서 당연한 게 아니냐"고 되물었다.
"한 세기 가까이 살아온 나는 지는 해나 마찬가지지만, 올해 서른 살인 큰 손주가 경제가 매우 어려운 시기인 최근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마지막 투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 후손들이 잘살 수 있는 나라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투표소로 향했어요."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4~5일 있었던 대선 사전투표의 투표율은 2013년 사전투표제가 도입된 이래 가장 높은 26.06%를 기록했다.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정국의 파고를 넘어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쓰려는 국민의 열망이 그만큼 뜨겁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19대 대선 총선거인 4천247만9천710명 가운데 사전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유권자는 3천140만7천400명(73.94%)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높은 사전투표율에 힘입어 이번 대선 최종 투표율이 8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8대 대선 최종 투표율은 75.8%였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