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만 국민들이 새로운 꿈 꾸며
희망 가질 수 있도록 해주길 바라
개헌통한 새 공화국 출범시켜
재도약할 수 있는 기틀 마련 기대
국민대통합·통일 정치적 슬로건
너무 집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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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재 대우재단 이사
오늘 우리나라는 열아홉 번째 대통령을 새로 맞이하는 날이다. 지난 정부에서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비리와 사익 추구로 대통령을 탄핵으로까지 몰아갔던 소위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의 재판이 채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불과 두 달여의 선거기간을 통해 새 대통령을 뽑은 셈이다. 선거기간 내내 국민들은 후보자들이 내놓은 선거공약과 정책들을 미처 살펴보기도 전에 투표장에 가야했었고, 전에 없이 혼탁한 후보자들 간의 자질검증과 거짓공방으로 여섯 차례의 토론회는 유권자들에게 많은 실망과 분노를 주었을 뿐이었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지지후보를 중심으로 뿔뿔이 흩어졌던 민심과 주장들은 여느 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또 한 번 내 편, 네 편으로 갈라지는 현상을 보일 것 같아 자못 걱정스럽다. 하기야 민주국가에서 서로 다른 의견을 놓고 대립과 갈등을 하면서 의견을 하나로 수렴시켜 가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임에 틀림없지만, 이 과정에서 국가의 이익과 국민의 안녕보다는 당리당략과 정치적 이해타산에 매몰된 광경을 너무나 많이 보아온 국민들로서는 이번의 대선 이후 정국에 대해서도 크게 기대를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선거기간 내내 보여 온 각 당의 행태나 후보들의 자질 검증에서 나타난 국정수행능력과 공약이행에 대한 믿음에 신뢰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새 대통령은 어쩔 수 없이 여소야대라는 정치적 환경 속에서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되었다. 새 정부가 또 한 번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에 물들어 나라를 만신창이로 만드는 어리석음을 보여서는 안 된다. 새로 시작되는 정치판에 우리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대선 결과로 말해주었다. 이제 나라의 운명은 새 대통령과 기존의 정치권이 얼마나 슬기롭게 나라를 끌고 가는가에 달려있다. 국민들은 새 대통령이 내걸었던 공약이나 정책들이 나라를 발전시키거나 민생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5천만 국민의 대통령으로서의 그가 미래의 우리들에게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고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클 것이다.

21세기가 시작된 지가 벌써 20년이 가까워오는데 우리는 아직도 30년 전 민주화의 노도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진 헌법의 틀에 갇혀있다. 이래서는 나라의 발전은 물론 정치적 성숙도 기대하기 어렵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이제는 헌법의 전면적인 개정을 미루어둘 수는 없다. 국회의 개헌특위에서는 그 동안 검토되었던 헌법개정내용을 광범위하게 토론의 장으로 들고 나와 국민들의 뜻을 반영시킬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새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내에 헌법 개정을 마무리하고 새 헌법에 의한 공화국을 출범시켜 우리 국민이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주길 기대한다.

그리고 또 우리는 과거에 얽매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기존의 정치적 행태가 더 이상 재발되지 않기를 바란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세계는 새로운 약육강식의 냉정한 싸움터로 변해가고 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우리 정치판에는 법조계 인사들이 유난히 많이 진출해 있다. 법의 속성은 다른 분야와는 달리 매우 과거 지향적이어서 이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 온 사람들에게서 미래지향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우리가 지향하는 미래의 국가발전은 그들처럼 과거에 매몰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아닌, 진취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창의적인 생각과 행동을 용기 있게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대통령은 마음 깊이 새기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새 대통령은 국민대통합이나 통일이라는 비현실적이고 지극히 정치적인 슬로건에 너무 집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통령이 무슨 특별한 능력이나 비책이 있어 오랜 세월 뿔뿔이 갈라져 온 국민들의 이념의 틈을, 감정의 골을 메울 수 있단 말인가? 국민대통합은 모든 국민들이 바라는 정의롭고 공정하며 풍요로운 사회가 만들어지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게 될 것이고, 우리의 경제력이 탄탄해지고 안보가 튼튼해져서 어느 누구도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할 때 우리가 바라는 통일의 그 날은 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양윤재 대우재단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