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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대선은 '혀의 전쟁'이다. 후보들의 말 한마디가 눈덩이가 돼 선거흐름을 잡기도, 말이 씨가 돼 흥망을 갈라놓기도 한다. 이번 대선의 경우 재수(?)한 대선후보, 저격수 이미지의 후보부터 시작해 평생 노동운동가로, 경제전문가로, 성공한 기업가로 저마다 내공이 쌓인 후보들이 거침없는 '썰전(?)'을 벌였다.

아울러 매일 여론을 선점하기 위해 연설을 통해 쏟아낸 키워드 전쟁도 흥행몰이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지난달 17일부터 지난 8일까지 계속된 22일간의 공식 선거운동기간 동안 주요 대선 후보들은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 데 주력했을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줄곧 '대세론'을 강조하며 '안보'를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문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달 17일 대구 경북대 유세현장에서 특전사 베레모를 착용한 채 "군대도 안 갔다 온 사람들은 제 앞에서 안보얘기 하지 마라"고 했으며, 지난달 19일 경인일보가 속한 한국지방신문협회와의 인터뷰에서는 "이 정도 안보 캐리어를 갖춘 후보가 어딨느냐"며 안보가 불안한 후보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선을 그었다.

문 후보는 또 선거운동 초반부터 전국에서 고르게 지지받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메시지를 줄곧 던졌다. 이 일환으로 각 지역 유세 때마다 해당 지역 고유의 사투리를 섞어가며 시민들에게 친근감 있게 다가서는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달 17일 대구에서는 "대구가 일어서면 세상이 디비집니다"고 했으며, 이튿날에는 제주 동문시장을 찾아 "자주 못 찾아와 미안하우다. 잘도 반갑수다"고 말했다. 선거 막바지에는 유세 때마다 '투대문(투표하면 대통령은 문재인)'을 직접 언급, 승리를 확신했다.

이에 맞선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안보론을 강조하며 "친북 좌파에게 정권을 내 줄 수 없다"며 시종일관 체제 전쟁에 불을 지폈다. 그는 "대통령이 되면 동해에 정박 중인 칼빈슨 함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겠다"면서 차별화를 시도했다.

자극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대통령이 되면 김정은 무릎 꿇리겠다. 한미관계는 죽고 사는 문제, 한중관계는 먹고 사는 문제"라면서 "경비원 아들, 까막눈 어머니의 아들도 대통령이 되는 나라가 민주주의"라고 서민대통령 이미지를 강조했다.

'대한민국을 세탁기에 넣어 한 번 돌리겠다'고 한 그는 선거 중반엔 "안철수 후보가 호남에서 선전해 주기를 바란다"고 여유를 보였고, 막판엔 "문(재인)을 열고 안(철수)을 보니 홍준표밖에 없다. 천운이 없으면 대통령이 될 수 없다"며 자신의 승리를 예감하기도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선거운동 초반부터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8일까지 줄곧 '4차 산업혁명'을 키워드로 내세우며, 자신이 새 시대의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문 후보를 겨냥, 80차례 이상 '계파 패권주의'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는 지난달 16일 한신협 인터뷰에서도 "본인을 지지하지 않는 모든 국민을 적폐 세력이라고 하는 것은 정말 큰 문제다"며 "정치인이 정치인을 비판하는 게 아니라 국민을 비판하는 건 처음 들어본다"고 문 후보에 직격탄을 날렸다.

아울러 안 후보는 자신의 대선 슬로건인 '국민이 이깁니다'를 제시한 뒤 120시간의 '뚜벅이 유세'를 진행하면서도 "국민이 승리한다" "갈 수 있는 그 순간까지 국민들 속으로 걷고 또 걷겠다"고 호소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첫 메시지는 '보수의 새 희망'을 핵심으로 자신이 안보를 지켜낼 수 있는 유일한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특히 선거운동 중반 TV토론회 이후 경제전문가라는 이미지가 각인되면서 지지율이 오르기 시작했고, 이후 안보 문제와 더불어 경제전문가임을 강하게 어필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노동'과 '개혁'을 화두로 던지며 대부분의 유세에서 자신이 개혁의 적임자임을 강조해 왔다.

그러면서 타 후보들에 대한 비판도 거침없이 쏟아냈는데 제주 유세현장에서 "개혁을 다음에 해도 된다면 민주당을 찍으라"며 문 후보를, 광주 유세에서는 "미래를 말하면서 '올드보이'를 모으고 있다"며 안 후보를 잇따라 겨냥했다.

홍 후보에 대해선 "홍준표를 잡으면 대한민국 적폐세력이 청산되는 것"이라며 "이런 엽기적 후보와 경쟁한다는 게 참담하다"는 원색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정의종·송수은·황성규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