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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외노출 식자재 등 골머리
봄내음축제 특수 기대 찬물


"식당 설거지로 취직한 것도 아니고 연휴 내내 그릇 닦느라 정신없었습니다."

8일 오전 수원 남문시장에서 만난 그릇가게 주인 A씨는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가게 밖에 전시된 그릇을 닦느라 여념이 없었다. 지난 6일부터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미세먼지(황사)와 최근 부쩍 심해진 꽃가루 등으로 전시된 그릇들이 금세 뽀얗게 먼지가 앉기 때문이다.

A씨는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지는 날에는 가게를 찾는 손님이 거의 없다"며 "황금연휴 동안 기대했던 매출은 신통치 않고, 대신 그릇을 닦느라 기운만 빠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북수원시장(구 파장시장) 상인들도 상권을 위협하는 대형마트에 미세먼지라는 복병까지 맞닥뜨리면서 수심이 깊어지고 있다. 시장 내 통닭·족발·떡볶이 등 음식물을 내놓고 파는 음식점이 많은데 미세먼지 주의보 탓에 이용객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시장상인회 관계자는 "주변 대형마트에 손님이 몰리면서 상인들이 힘들어하는데 미세먼지까지 겹쳐 생계마저 위협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최근 심각해진 미세먼지로 환경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가뜩이나 힘든 전통시장들이 이처럼 새로운 부담에 직면하고 있다.

대부분 전통시장에 아케이드 등 현대화시설이 설치돼 있지만, 여전히 실외에 노출돼 있어 미세먼지와 꽃가루 등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미세먼지로 손님들이 줄어든 상황에서 가끔 찾는 손님들마저 노출된 상품을 외면할 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전통시장의 소비 진작을 위해 진행 중인 '2017 전통시장 봄내음 축제'도 미세먼지가 찬물을 끼얹었다.

서장열 인천 모래내시장 상인회장은 "최근 열리는 전통시장 축제가 반응이 좋은 데다가 길어진 연휴가 더해져 기대감이 컸는데, 미세먼지가 심각했던 6일부터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하소연했다.

전통시장을 찾았던 주부 김모(32)씨는 "가끔 전통시장을 방문해 반찬거리를 사곤 했는데 요즘엔 시장에 나가기가 꺼려진다"며 "미세먼지가 식자재에 내려앉아 건강에 해롭지는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상인연합회 봉필규 회장은 "미세먼지가 심하면 밖에 나오는 사람들이 적어져 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축제 분위기가 꺾이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임승재·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