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력 통합·정책 연대 개혁성패와 관련 깊어
무분별한 정파간 이합집산·나눠먹기 안돼
여소야대의 협치·연정 통한 국정운영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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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육대학원장
지난 해 10월 29일 첫 촛불집회가 열리고 지난 달 29일 공식적으로 촛불집회가 막을 내릴 때까지 촛불은 민심을 상징했다. 산업화와 압축성장 과정에서 켜켜이 쌓인 기득권의 공고화, 부정의한 관행의 고착화, 불의와 반칙의 일상화를 과감히 깨고 사회구성원의 합의를 모색해 나갈 수 있는 체제로의 전환이 새 정권에 주어진 역사적 소명이다. 선거가 끝난 지금 대선이후 정치권은 촛불민심을 얼마나 반영할지가 관심이다. 대선은 끝났으나 국민의 신임을 배신한 대통령을 파면한 민심에 얼마나 부응하느냐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렸다.

냉전사고에서 한 발자국도 떼지 못하는 낡은 수구적 이데올로기는 선거국면에서 보수표를 얻고자 하는 기제로 활용됐던 것에 만족해야 한다. 수구적 보수는 구태와 퇴행에서 벗어나 양심적 보수로 진화해야 한다.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의 연대 가능성을 보았다.

선거국면에서 과거에 대한 철저한 통찰과 성찰은 자취를 감췄었다. 과거의 부조리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는 적폐로 국민을 가른다는 터무니 없는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적폐청산은 금기어가 되었다. 선거국면에서 강조된 통합의 의미가 재조명되어야 한다. 무분별하게 모든 세력과 자리를 나누고, 정치권의 재편을 통한 이합집산으로 또 다시 권력을 연명하려는 세력과 같이 하는 것은 통합이 아니다. 어떠한 세력과 통합할지, 누구와 정책적으로 연대할지는 향후 정계개편은 물론 개혁의 성패와도 관련이 깊다.

통합과 연대에도 금도가 있어야 한다. 통합정부나 공동정부 등 정부의 형태에 대한 후보들의 구상이 있으나 옥석을 가릴 일이다. 탄핵에 반대했다 하더라도 여전히 수구세력에 기대어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하는 세력들과의 통합은 촛불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

선거란 표심을 얻는 정치행위이므로 불가피하게 선거공학이나 네거티브에 기대려하는 심정도 이해못 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사회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부조리한 적폐를 청산하는 쪽에 정책적·제도적 개혁의 무게가 실려야 한다. 문재인에 반대한다는 반문연대가 선거국면에서 부단히 모색되었으나 실패했다. 친박과 친문을 패권세력이라고 하면서 친문을 친박과 동일시 하는 정치공학은 선거 이후에는 벗어던져야 한다.

진정한 통합은 사회경제적 격차 해소의 바탕위에서 가능하다. 진정성 없이 입으로만 통합을 외쳐서는 안된다. 선거이후에 각 정치세력은 적폐청산에 막연한 거부감을 가지지 말고 적극적으로 정경유착과 재벌개혁 등에 나서야 한다. 청산을 위한 연대와 협치, 양극화 해소를 위한 연합이 대선의 시대정신이다. 무분별한 정파간의 이합집산과 나눠먹기가 통합은 아니다.

선거 과정에서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과 네거티브는 선거공학적 수사들이었다. 과반 의석을 점유하고 있는 정당의 부재는 협치와 연대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향후 정치권은 그레고리 헨더슨이 말하는 '소용돌이의 정치'로 돌입할 가능성을 부정하기 어렵다. 10년만의 정권교체가 가져오는 변화의 후폭풍을 감히 작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권 이전부터 쌓여왔던 '적폐'의 청산과 미래로의 진전을 여하히 조화시키느냐가 새로운 정권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선거과정에서 협치나 연대, 연정 등의 정치공학적 연합이 거론됐다. 통합정부와 공동정부 구상도 선거공약으로 제시됐다. 그러나 정당체제 개편을 통한 과반 정당의 출현이 가능할지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협치나 연정을 통한 국정 운영은 대통령제의 속성상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 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바른정당 의원의 집단탈당 등에 비춰볼 때 또 다시 정당체제가 보수와 진보의 양극으로 재편되고 적대적 공존의 길을 걷게 된다면 대립과 증오 정치의 재판이 될 수밖에 없다. 정계개편이 의미있는 다당체제로의 정열로 이어질지, 보수와 진보가 양극의 대척에 위치하는 무한대립의 정당체제로 회귀할지가 연대와 협치의 시금석이다.

/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육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