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집 정독… "우리도 똑같은 권리 보장했으면"
머리 하얗게 센 고령 유권자, 부축받으며 투표
위안부 할머니들 "日에 당당히 맞설 후보 뽑자"
어느덧 성인된 세월호 생존학생도 소중한 한표
우선 귀화 한국인들이 투표에 동참해 의미를 더했다. 지난 2014년 베트남에서 귀화한 장희선(27·여)씨는 9일 오후 3시께 인천 연수구 연수2동 제5투표소(연화중학교)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 지난해 20대 총선에 이어 두번째로 참여하는 투표다.
각 후보의 공약집을 꼼꼼히 읽어보고 지지 후보를 결정했다는 장씨는 "귀화자나 귀화자의 자녀들, 외국인 모두 평등하게 대해주고 똑같은 권리를 보장하는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머리가 하얗게 센 고령의 유권자도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투표 대열에 동참했다. 인천 중구 북성동의 김북실(99) 할머니는 이날 오전 9시 50분께 북성동주민센터 1층 민원실(북성동 제1투표소)로 가족들의 부축을 받으며 나와 투표했다.
인천 동구 화수2동 제2투표소가 마련된 송현초등학교를 찾은 박화봉(98) 할아버지도 몸이 불편함에도 불구, "귀중한 한 표의 주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한 표를 행사했다.
나눔의 집에 거주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도 광주 퇴촌면사무소에 마련된 투표소를 방문했다.
이옥선(90) 할머니는 투표를 마친 뒤 "일본에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대통령을 뽑기 위해 희망을 갖고 투표했다"며 "그동안 (진정한) 사죄를 못 받아서 애를 썼는데 이번에 당선되는 대통령은 일본에 공식사죄와 법적배상을 반드시 받아냈으면 한다"고 말했다고 나눔의 집 측은 전했다.
애초 박옥선(93), 김군자(91), 하점연(95) 할머니도 오전에 함께 투표할 예정이었으나 나눔의 집에 함께 거주하는 김순옥(95) 할머니가 병세 악화로 병원으로 옮겨지는 바람에 장애인용 승합차를 이용하지 못해 동행하지 못했다. 세 할머니는 오후 2시 따로 투표장을 찾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생애 첫 투표권을 갖게 된 세월호 생존학생들도 투표를 마쳤다.
단원고 생존학생인 A(20·대학생)씨는 이날 안산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한 뒤 "새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주길 바란다"며 "대통령이 되면 최우선으로 왜 이런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지 명명백백히 밝혀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는 일부터 추진하고, 향후 수습도 제대로 될 수 있게 해달라"고 밝혔다.
/지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