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점점 고신용자로 옮겨져
중위그룹도 제2금융권으로 밀려
금리메리트 당초 기대와 영 딴판
금융기관 위험분산기능도 무시
더 늦기전 원래 정책의도 살리며
본연의 기능 발휘토록 손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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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운 (사)함께하는 인천사람들 대표
작년 7.5% 중금리 사잇돌대출 제도가 도입되었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연 4~8%인데 비해 제2금융권의 금리는 거의 20%대로 10%대의 중간 금리가 비어 있으니 이를 채우는 게 어떠냐는 것이 도입 취지다. 제2금융권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고 있는 이들이 중간 금리대의 대출을 받아 금리 차익만 얻더라도 금융소외계층의 서민들에게는 크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신용등급이 낮은 저신용자나 담보가 부족한 저소득층이 자신의 신용상태에 걸맞지 않게 낮은 금리의 대출을 받는 것이 옳다고 할 수 없으니 시장메카니즘에 맞도록 서울보증보험이 지급보증을 해주어서 차주가 갚지 못하면 대신 은행에 갚아주겠다는 대위변제 대책도 함께 마련되었다.

엔간해서는 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신용등급 4~7등급의 저신용층이 주로 이용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금리는 보증료를 포함하더라도 연 10%보다 낮거나, 높아도 이를 크게 넘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뒤따랐다. 고금리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저신용층, 저소득층 영세서민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곧 이어 실적이 나왔다. 예상대로 중간금리대 저신용층 대출이 제도 도입전보다 두 배가 넘게 취급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대출이용자의 신용등급이 살금살금 오르기 시작하였다. 신용등급이 오르면 금리는 내려가야 하겠지만 오히려 야금야금 오르기 시작하였다.

게다가 제2금융권에서 취급해야 할 대출이 은행권으로 옮겨가니 제2금융권에서도 사잇돌 대출을 취급하겠다는 요구가 나오게 되었다. 물론 금리는 좀 높지만 중금리대의 상한을 크게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취급하겠다는 선의의 양보도 뒤따랐다. 이에 작년 9월 저축은행을 시작으로 제2금융권에 제도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이제 중금리 사잇돌대출이 도입된 지 10개월여가 지나고 있다. 물론 총지원 목표가 2조원이니 금융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영향은 미미할 수 있다. 하지만 서민층의 눈으로 이를 바라보면 이해하지 못할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첫째, 이용자그룹이 점차 고신용자 층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당초 은행권은 정책 의도대로 4~7등급이 주를 이루었지만 지금은 어느새 3~5등급이 대세가 되었다. 제2금융권마저도 주된 금융소비자의 신용등급이 도입 당시에 비해서는 한 등급 이상 상승하였다.

둘째, 은행을 이용해왔던 중위의 신용자 그룹이 점차 제2금융권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밀린 것만으로도 속상한 판에 제2금융권을 이용한다는 이유만으로 신용등급마저 추가적으로 한 등급 이상이 떨어지니 제도의 도입이 도리어 원망스럽다.

셋째, 금리 메리트도 당초 기대와는 영 딴판이다. 제2금융권으로 밀려난 금융소비자의 경우 금리에 포함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보증료까지 추가 부담하게 되어 금융비용 부담이 제도 도입전과 별 차이가 없을뿐더러 때로는 도저히 중금리대라고 볼 수 없는 고금리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넷째, 금융소비자와 직접 관련은 없더라도 금융기관의 기본적 기능인 위험분산기능이 무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이든 제2금융권이든 대출과 함께 지급보증업무를 취급하는데도 제 3자인 보증보험을 개입시켜 대출기관이 본연의 기능은 발휘하지 않고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액 전가하는 것이 못마땅하다는 말이다.

아직 도입시기와 이용규모로 보아 중금리대 사잇돌 대출제도가 제대로 정착되었다고 보기는 이르다. 더 늦기 전에 원래의 정책의도를 살리면서 금융기관도 본연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되돌아보고 손질해야 할 때이다.

/김하운 (사)함께하는 인천사람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