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위그룹도 제2금융권으로 밀려
금리메리트 당초 기대와 영 딴판
금융기관 위험분산기능도 무시
더 늦기전 원래 정책의도 살리며
본연의 기능 발휘토록 손질해야
물론 신용등급이 낮은 저신용자나 담보가 부족한 저소득층이 자신의 신용상태에 걸맞지 않게 낮은 금리의 대출을 받는 것이 옳다고 할 수 없으니 시장메카니즘에 맞도록 서울보증보험이 지급보증을 해주어서 차주가 갚지 못하면 대신 은행에 갚아주겠다는 대위변제 대책도 함께 마련되었다.
엔간해서는 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신용등급 4~7등급의 저신용층이 주로 이용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금리는 보증료를 포함하더라도 연 10%보다 낮거나, 높아도 이를 크게 넘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뒤따랐다. 고금리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저신용층, 저소득층 영세서민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곧 이어 실적이 나왔다. 예상대로 중간금리대 저신용층 대출이 제도 도입전보다 두 배가 넘게 취급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대출이용자의 신용등급이 살금살금 오르기 시작하였다. 신용등급이 오르면 금리는 내려가야 하겠지만 오히려 야금야금 오르기 시작하였다.
게다가 제2금융권에서 취급해야 할 대출이 은행권으로 옮겨가니 제2금융권에서도 사잇돌 대출을 취급하겠다는 요구가 나오게 되었다. 물론 금리는 좀 높지만 중금리대의 상한을 크게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취급하겠다는 선의의 양보도 뒤따랐다. 이에 작년 9월 저축은행을 시작으로 제2금융권에 제도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이제 중금리 사잇돌대출이 도입된 지 10개월여가 지나고 있다. 물론 총지원 목표가 2조원이니 금융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영향은 미미할 수 있다. 하지만 서민층의 눈으로 이를 바라보면 이해하지 못할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첫째, 이용자그룹이 점차 고신용자 층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당초 은행권은 정책 의도대로 4~7등급이 주를 이루었지만 지금은 어느새 3~5등급이 대세가 되었다. 제2금융권마저도 주된 금융소비자의 신용등급이 도입 당시에 비해서는 한 등급 이상 상승하였다.
둘째, 은행을 이용해왔던 중위의 신용자 그룹이 점차 제2금융권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밀린 것만으로도 속상한 판에 제2금융권을 이용한다는 이유만으로 신용등급마저 추가적으로 한 등급 이상이 떨어지니 제도의 도입이 도리어 원망스럽다.
셋째, 금리 메리트도 당초 기대와는 영 딴판이다. 제2금융권으로 밀려난 금융소비자의 경우 금리에 포함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보증료까지 추가 부담하게 되어 금융비용 부담이 제도 도입전과 별 차이가 없을뿐더러 때로는 도저히 중금리대라고 볼 수 없는 고금리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넷째, 금융소비자와 직접 관련은 없더라도 금융기관의 기본적 기능인 위험분산기능이 무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이든 제2금융권이든 대출과 함께 지급보증업무를 취급하는데도 제 3자인 보증보험을 개입시켜 대출기관이 본연의 기능은 발휘하지 않고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액 전가하는 것이 못마땅하다는 말이다.
아직 도입시기와 이용규모로 보아 중금리대 사잇돌 대출제도가 제대로 정착되었다고 보기는 이르다. 더 늦기 전에 원래의 정책의도를 살리면서 금융기관도 본연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되돌아보고 손질해야 할 때이다.
/김하운 (사)함께하는 인천사람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