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당선증 받고 공식업무 시작
합참의장과 통화 軍경계태세 점검
홍은동 주민들 환송속에 출근나서
현충원 참배후 약속대로 국회 발길
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정세균 의장 차례로 찾아 협치 당부
'존중·동반자' 의미 국회 로텐더홀서
취임식 약식 진행 국정 정상화 시동
청와대 가는 길 시민들 '사진세례'
격식·권위 내려놓고 어울려 '화제'
'1호 업무지시' 일자리 상황 살피기
총리후보자등 직접 소개 '소통' 행보
■서울 광화문서 당선의 기쁨 만끽
몇 시간 전부터 광화문 광장 내 세종로공원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지지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문 대통령은 "정의로운 나라, 통합의 나라,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데 함께해 준 국민의 위대한 승리"라고 사실상 당선 소감을 미리 밝혔다.
이 자리에는 당내 경선을 함께 했던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시장을 비롯해 한때 '잠룡'으로 분류됐던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부겸 의원 등도 참석해 문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행보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들은 하나같이 문 대통령의 새로운 정부의 성공을 위해 힘을 모으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과 경선에서 가장 치열하게 경쟁했던 안 지사는 이날 문 대통령의 뺨에 깜짝 '뽀뽀'를 선사,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대통령 공식 임기 시작
중앙선관위는 문 대통령의 당선안 의결 직후 민주당 안규백 사무총장에게 당선증을 교부했고, 문 대통령은 국군통수권 등 대통령으로서의 모든 법적권한을 넘겨받고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첫 일정으로 서울 홍은동 자택에서 이순진 합참의장과 통화하고 전방의 경계 태세를 점검했다. 이는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군(軍) 통수권자로서 안보를 최우선적으로 챙기고 국민 불안감을 불식하겠다는 행보의 일환이다.
합참의장과의 통화에는 새 정부 국가정보원장으로 내정된 서훈 전 국정원 3차장이 배석했다.
■환송속 첫 출근…현충원 참배
인근 주민들은 '문재인 대통령님 장사 잘 되게 해주세요'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우리 대통령 문재인'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치는 대한민국'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새 대통령을 맞았다. 문 대통령은 차량이 대기한 곳까지 20m가량을 걸으며 주민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고마움을 전했다.
골목길을 따라 늘어선 주민들의 환송 행렬은 100m를 훌쩍 넘을 정도였으며, 이들은 문 대통령이 차를 타고 떠날 때까지 박수와 환호를 멈추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첫 출근'은 이처럼 이웃 주민들의 응원 속에서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자택 앞에서 청와대 경호팀 30여 명과도 첫 상견례를 가졌으며, 선거운동을 함께 치른 선대위 소속 경호팀에게도 일일이 악수를 청하면서 "덕분에 시민들과 아주 가까이에서 유세도 잘하고, 자주 쉽게 만나고 친근하게 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자택을 떠난 문 대통령은 가장 먼저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참배했다. 이 곳에서 그는 방명록에 '나라다운 나라 든든한 대통령'이라는 후보 시절 슬로건을 적었다.
■야당 대표 및 정세균 국회의장 회동
문 대통령은 가장 먼저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를 찾아 정우택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국정 동반자'를 강조하며 "남북관계·안보문제·한미동맹 등 이런 부분은 한국당에서 조금 협력해 준다면 잘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협조를 당부했다.
선거 과정에서 가장 격하게 대립했던 국민의당도 찾았다. 불과 전날까지도 자신을 향해 맹공을 펼쳤던 박지원 대표를 만난 문 대통령은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뿌리는 같은 정당"이라며 "동지적 자세와 협력을 구한다"고 끌어안기에 나섰다.
이어 문 대통령은 바른정당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와도 잇따라 면담을 갖고 국정운영에 협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끝으로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난 문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많이 도와달라"고 당부했으며, 이에 정 의장은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전하면서 '입법과 정책과제' 책자를 문 대통령에게 건넸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추미애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와도 면담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취임 첫날 야당 지도부와 협력을 다짐한다는 취지의 일관성을 고려해 해당 일정은 취소했다.
■20분짜리 취임식
취임선서 장소로 국회를 선택한 데는 국회를 존중하고 국정운영에 협력을 구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사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지금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며 "역사와 국민 앞에 두렵지만 겸허한 맘으로 대한민국 19대 대통령으로서의 책임과 소명을 다할 것임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또 "준비를 마치는 대로 지금의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며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때로는 광화문 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문 대통령이 격식과 권위를 내려놓은 친근한 모습이 화제가 됐다. 취임식 이후 문 대통령이 국회 본관을 나오자 지지자들의 '사진 세례'가 이어졌고 한 시민은 문 대통령과 '셀카'를 찍기도 했다. 국회를 빠져나와 청와대로 향하는 중에도 문 대통령은 차량 선루프를 통해 몸을 일으켜 세운 채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비서실장 이후 9년만의 청와대 재입성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 복귀한 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재직했던 지난 2007년 이후 9년 3개월 만이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본관 백악실에서 황교안 국무총리와 오찬을 갖고, 향후 국정운영 방안을 논의했다.
■첫 업무지시, 그리고 직접 브리핑
이는 후보시절 '일자리 대통령'을 표방하며 취임 후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를 만들어 내겠다고 공언했던 약속을 곧바로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임종석 비서실장으로부터 일자리위원회 구성 및 운영방안을 보고받은 뒤 "일자리는 새 정부 제1의 국정과제"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대국민 소통에도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낙연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 등의 인선을 본인이 직접 나서서 소개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대국민담화 등 중요한 사안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 인사 등의 사안은 주로 청와대 홍보수석이나 대변인이 발표하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앞으로도 국민께 보고할 중요한 내용은 대통령이 직접 말씀드리겠다"고 선언하며 소통행보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