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등에 올린 비판 글이 명예 훼손 등 이유로 지워지는 상황에 맞서 글쓴이가 쉽게 '게시물 복원'을 할 수 있는 제도가 새 정부에서 추진된다.

현행법에서는 누군가가 사생활 침해나 명예 훼손 등 문제를 호소하면 바로 인터넷 공간에서 게시물을 차단(블라인드 처리)할 수 있어 공인에 대한 비판을 억누르고 검열을 부추긴다는 주장이 많았다.

단 글쓴이의 복원 조치를 도입하려면 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해 현 여소야대 정국에서 난관이 예상된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이런 '임시조치 제도 개선안'을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를 신장하는 주요 공약 중 하나로 정해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임시조치란 정보통신망법에 명시된 개념이다. 특정 글이 자기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호소하면 포털 등 서비스 사업자가 내부 판단에 따라 해당 게시물을 최장 30일 간 대중이 못 읽게 차단하는 내용이다.

현재 법에는 이렇게 임시조치로 게시물이 차단되면 글쓴이가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정이 없다.

포털 등이 재량껏 임시조치를 하고 이 사실을 글쓴이와 다른 사용자들에게 공지하라는 내용만 있을 뿐이다.

실제 글쓴이가 이의 신청을 하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의 심의에서 글의 복구 여부를 따질 수 있지만, 이런 권한의 존재를 모르거나 심의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 신청 사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의 신청이 없는 게시물은 임시조치 기한인 30일이 지나면 삭제 수순을 밟게 된다.

문재인 정부는 이같은 관행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고 글쓴이가 임시조치에 이의 의사만 밝히면 심의 등 절차 없이 글의 블라인드처리가 풀리도록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비판 당사자가 피해 호소만 하면 사실상 바로 콘텐츠 차단이 되는 만큼, 글쓴이도 같은 수준의 '방어권'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더불어민주당의 관계자는 "종전에는 정치인이나 유명인 등이 명예 훼손 등 피해만 주장하면 포털 등 사업자가 기계적으로 임시조치를 해 정당한 비판에 재갈을 물리는 문제가 컸다"며 "임시 조치의 남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2010∼2014년 5년 사이 네이버·다음 등 주요 포털이 시행한 임시조치 건수는 142만8천여건에 달했다.

특히 2010년과 2014년의 임시조치 실적을 비교하면 네이버는 3배, 다음은 2배 이상 수치가 늘었다. 네이버는 2010년 8만5천여건이던 임시조치 건수가 2014년 들어서는 33만7천여건으로 증가했고, 다음은 같은 기간 5만8천여건에서 11만6천여건으로 뛰었다. 이 때문에 시민 사회 일각에서는 포털이 법률 분쟁을 줄이려고 피해 신청이 들어오면 임시조치를 남발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의 선대위에서 표현의자유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유승희 의원은 작년 8월 글쓴이의 즉각적인 글 복원 권한을 명시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그러나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국회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여당이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등 여러 야당을 설득해야 한다. 일각에선 글쓴이의 주장만 듣고 문제 소지가 있는 글을 복원하는 것이 부작용이 크다는 반론이 팽팽해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작년 6월 방송통신위원회가 더민주측 안과 상반되는 정보통신법 개정안을 발의해 더 논란이 거세질 공산도 있다. 방통위 개정안은 글쓴이의 이의 신청 규정은 명시했지만, '온라인명예훼손분쟁조정위원회'란 신규 기구의 직권 조정을 거쳐야만 글을 복구할 수 있게 했다.

양대 포털인 네이버와 다음은 이번 문제와 관련해 말을 아꼈다.

네이버 관계자는 "임시조치는 법에 관련한 사안이라, 회사 차원에서 논평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다음의 운영사인 카카오 관계자는 "(법 개정과 관련한) 논의가 진행되면 다양한 관계자들과 상의를 해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업계에서는 윤영찬 네이버 전 부사장이 청와대 홍보수석이란 중책을 맡으면서 이번 조처에 가속이 붙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인터넷 산업에 대한 이해가 깊은 인사가 정부 고위직에 기용되면서 초반 임시조치 개선 작업에 무게가 더 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