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트악기 노동자들이 정리해고에 맞서 4년여 동안 투쟁했던 인천 부평구 갈산동 옛 콜트악기 부평공장 앞 농성장을 11일 자진 철거했다.

방종운 금속노조 콜트악기지회장은 "공장이 이미 사라진 데다 두 차례 화재로 이곳에서 농성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토지를 소유한 부평정수장, 부평구청과 합의해 농성장을 없애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곳은 지난 2013년 2월부터 콜트악기지회 노동자 21명이 농성을 벌이던 곳이다.

콜트악기 인천 부평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지난 2007년 4월 해고됐다. 10년 동안 순이익 누적액이 170억원에 달하던 회사는 전년도 8억여원의 당기순손실을 봤다는 이유로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이후 노동자들은 회사 안에 농성장을 마련해 2천여 일 동안 투쟁을 벌였다. 2012년 2월 대법원에서도 '콜트 악기 해고 무효'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사측은 같은 해 5월 '공장 폐업'을 이유로 재차 해고 통보를 내리며 복직을 거부했고, 공장 부지를 매입한 토지주가 노조를 상대로 낸 건물명도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강제 집행이 진행된 이듬해 2월 공장 앞 도로로 쫓겨나게 됐다.

4년여의 투쟁 기간 노조원들은 생업을 찾아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고, 농성장에는 방 지회장만이 남게 됐다. 2014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한 부당해고 등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도 "사업장이 사라져 복직을 명령하더라도 실현 가능성이 없다"며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 사건은 아직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지난해 1월과 올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농성장에 화재가 발생해 농성장 대부분이 불에 탔다. 이에 부평구와 부평정수장은 '주민들이 화재 현장을 처리하지 않는다는 민원을 계속 제기한다'고 철거를 요구했고, 방 지회장은 결국 손을 들었다.

방 지회장은 "이곳 농성장은 사라지지만, 서울에 있는 콜트악기 본사 등에서 열리는 1인 시위는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며 "공장을 폐업해 놓고, 콜트악기는 계속 영업을 하고 있다. 우리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