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선 후보는 줄곧 대북 대화의지를 피력했다. 대통령이 되면 북한부터 먼저 가겠다고 했고 TV 토론에선 북한이 주적(主敵)이냐, 국어사전에도 없는 말을 놓고 격론도 벌였다. 그때 문 후보가 '국방백서엔 적으로 돼 있지만 대통령으로선 적이라고 입에 올릴 일은 못 된다'고 말한 건 궤변이었다. 국군통수권자가 대통령이거늘 '우리 군대엔 적이지만 대통령에겐 아니다'라고 한 건 그야말로 어처구니없는 언사였다. 그는 가짜 안보와 진짜 안보론도 펼쳤다. 전 정권 안보는 가짜 안보였고 자신은 진짜 안보를 확립하겠다는 소신이다. 하지만 어떻게? 그보다는 세상에 가짜 안보와 진짜 안보가 따로 있다는 건가. 그랬던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외신들은 즉각 우려를 표명했다. CNN은 양 가슴에 노란 세월호 리본을 단 문 대통령 사진과 함께 대북정책의 큰 변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1998~2008년 DJ~노무현 정권의 햇볕정책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했고 그보다는 그의 이름(Moon Jae-In)처럼 moonlight 정책을 펼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그는 지난 10일 대통령 취임식에서 (무조건이 아니라) '여건이 조성되면 북한에도 가겠다'고 말했다.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 NBC 인터뷰에서 확고히 말했다. "그 여건 조성이란 바로 북한이 핵을 버리겠다는 구체적인 행동을 보이는 게 아니겠느냐"고. 그의 말을 북한이 들었던지, '좋아 하시네!' 한 마디로 묵살했고 보란 듯이 14일 미국 본토를 겨냥하는 ICBM급 미사일을 쏴댔다. 그 뉴스를 미국 언론은 속보로 전했고 일본 신문들은 호외까지 냈다. 문 대통령도 아차 했는지 단호한 대북 의지를 보였다.
moonlighting은 '동시에 두 직장에서 일하기'다. 미-북 양다리 걸치기 정책을 펴겠다는 뜻은 접는 게 좋다. 지난달 18일 북한은 '이틀 후 핵실험을 하겠다'고 중국에 통보했다가 '그랬다간 국경을 봉쇄하겠다'는 경고를 받고 중단했다고 일본 TBS가 보도했다. 그런데 중국은 그 사실을 미국과 일본에 알렸지만 한국은 무시했다. '코리아 패싱(passing)'이었다. 열강 틈바구니서 한국이 살아남는 '진짜 안보'의 길을 대통령부터 탐색하기를 바란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