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슴없이 강좌 줄이고 강사 해고
교육도 인간도 비용으로 환산
한국 고등교육 담당하는 실체
지금 우리 대학에서 그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비판하는 정신이다
내가 일했던 경희대학교에서는 2012년 총강의수 8천243개에서 2014년 7천497개로 강의수가 746개나 줄어들었다. 강의수가 줄었다는 것은 그 강의를 담당하던 누군가가 자리를 잃었다는 뜻이다. 경희대에서 강사 수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2년 동안 무려 197명이 줄어들었다. 이런 추세는 다른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대학 기업화의 결과다. 강좌 축소, 강사 해고는 모두 '효율적인' 비용 절감의 방법이다. 영리형 대학에서는 교육도, 인간도, 모두 비용으로 환원된다.
일반 상품에서도 원가 절감은 품질 하락으로 이어진다. 교육은 어떻겠는가. 학생 수는 그대로인데 강좌 수는 줄어드니 학기 초마다 '수강신청대란'이 일어나고, 학생들이 강의를 사고 파는 일까지 벌어진다. 세계 최고 수준의 등록금을 내는 대학에서 듣고 싶은 강의, 들어야 하는 강의를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100명 200명씩 수강하는 대형 강의실에서는 출석을 부를 시간도 모자라 전자출결시스템을 이용하고 대리출석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출석인증사진을 찍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이 이야기를 전해 준 학생은 매 시간 사진에 찍힐 때마다 마치 범죄용의자인 것처럼 채증을 당하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했다. 이런 강의가 과연 좋은 수업이 될 수 있을까. 온라인 강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강의실 없어도 되고 한 번 찍어 놓은 영상으로 몇 번이고 쓸 수 있고 강사 대신 전임교수 강의 비율을 높이기도 좋다. 대학에서 온라인 강좌 전환 비율이 점점 높아지는 것을 과연 기술혁신에 따른 교육혁신으로 볼 수 있을까. 학생들은 말한다. "방통대도 아니고, 사이버대도 아닌데, 대학 와서 이 비싼 등록금 내고, '인강'으로 학점 때우고 졸업하다니 솔직히 돈 아깝죠." 우리는 이런 비정상적 교육을 '미래교육'이라고 부르고 '혁신'이라고 선전한다.
고등학교 때도 보지 못했던 '콩나물 교실'에 교수·학생들과의 인간적 관계는커녕, 한 학기가 다 가도 서로 얼굴도 이름도 모른 채로 끝나는 강의, 캠퍼스는 멋진데 정작 모여 공부할 곳은 없어서 학교 밖 카페를 전전해야 하는 학생들 '무늬만 교수'인 채로 언제 잘릴지 모르는 학기당 계약을 연장해가야 하고 강의 평가 점수가 그대로 해고 사유가 되니 수업 시간에 소신대로 말 한마디 못하고 학생들 눈치 보기 바쁘며 방학이 되면 월급도 없고 연구공간은커녕 도서관 이용도 학교 인트라넷도 제한되어 논문 하나 다운받아 보기 힘든 대학 강사들, 이들이 한국의 고등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실체이다. 이런 대학에서 우리는 지금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 하고, '융·복합'을 논하고, '미래 교육'을 꿈꾼다.
스승의 날, 늦은 밤 마지막으로 받은 문자에는 "선생님이 나의 롤 모델"이라고 쓰여 있다. 살면서 학문과 실천에서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고자 노력했지만, 이 사회와 대학이 나에게 돌려준 것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당해야하는 차별과 모욕·비판에 대한 처벌이었으니, '나처럼 되면 안되지' 라고 답을 쓰려다,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라' 라고 썼다. 복종을 달게 받지 않고 거부할 줄 아는 사람. 대학에 대한 나의 불경죄에는 그렇게 학생들을 사주하고 선동했다는 것도 있다. 스튜어트 홀은 대학은 비평적 기관이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지금 우리 대학에서 그 무엇보다도 절실한 것은 바로 그 비판정신이다.
/채효정 정치학자·오늘의 교육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