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인민일보는 문재인 씨가 19대 대통령(19屆總統)이 되자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야 사드 철회 기대감 탓이겠지만 문 대통령을 평가한 딱 한 마디가 눈길을 끌었다. '盧武鉉之影(노무현의 그림자)'이라는 거다. 그리고 덧붙였다. '문재인과 노무현은 뗄 수 없는 형체와 그림자(形影不離的文在寅和盧武鉉)'라고. 形影(형영:싱잉)뿐 아니라 腹心(복심)과 肝腦(간뇌)였다고 말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하긴 유화(宥和)적 대북관부터 그렇다. 지난달 20일 통일부는 노 대통령이 김정일한테 갖다 준 돈이 43억5천632만 달러였다고 했다. 그 돈이 어떻게 쓰였던가 보다 놀라운 건 국정원이 2013년 6월 공개한 노무현 발언록이다. 'NLL은 바꿔야 한다. 북에 핵 얘기를 하라는 건 (남북간) 판 깨기를 바라는 사람들 주장이다. 자주 국가는 북측 공화국이고 우린 친미 국가다' 등.
더욱 어이없는 건 2006년 12월 일본 아스카신샤(飛鳥新社) 출판사가 낸 한 권의 책이었다. 저자는 공무원 출신의 반 마코토(坂眞)였고 책 제목은 '한국이 세계에 자랑하는 노무횬(현) 대통령의 광란 발언록'이었다. 그 목차는 이랬다. '친북은 선 친일은 악, 타도 USA, 북조선 사랑, 힘내라 북조선, 어디까지나 반미주의자' 등. 그런 노무현이 중국을 방문,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마오쩌둥(毛澤東)을 꼽는다'고 말했다. 노무현 언사는 그 밖에도 차마 열거할 수도 없다. 그런 노무현의 그림자가 문재인이라고 인민일보가 보도한 거다. 그래선지 중국은 세계 29개국 정상을 불러 벌인 일대일로(一帶一路) 포럼 개막(14일)에 맞춰 문 대통령이 보내준 한국 사절단을 반겼을 테고 마오를 존경한다는 그 노대통령 그림자인 문 대통령도 탐탁하게 여길 게다.
취임 초 100일 밀월기간의 대통령 지지율은 누구든 높다지만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가 10~12일 조사한 결과도 '문대통령이 잘할 것'이라는 답이 75%였다. 하지만 여건조성이 안돼 북에도 못 가고 '진짜 안보' 확보가 어려워도 그 기대치는 유지될까. 그의 대화 의지에 북측은 확 '미사일 찬물'을 끼얹어버렸다. 촛불 정신이 살아 있다면 그런 북한부터 규탄하는 게 옳은 거 아닐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