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시대 富의 진정한 원천은
자연자원이나 물적자본 아닌 인적자본
칠전팔기 감동 재연위해 정부역할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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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회사를 차렸다 한 번 실패했던 기업인이 실패를 통해 익힌 노하우를 살려 재기할 수 있도록 앞장서겠습니다."

지난달 27일 서울 명동의 은행회관에서 기술보증기금(기보) 김규옥 이사장이 밝힌 내용이다. 금융위원회 산하의 기보는 재원 약 2조2천억원을 활용해 기술력이 좋은 기업에 보증을 통한 금융지원을 해주는 공공기관이다. 김 이사장은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 출신으로 부산시 경제부시장을 거쳐 올 1월 기보 이사장에 임명된 낙하산 부대원이었다.

10년도 훨씬 전의 일로 기억된다. 어느 날엔가 경인일보의 벤처활성화 관련 특집 지상좌담회에 패널로 초대받았다. 경기도의 관련업무 과장(?)과 중소기업청 경기도 지청장, 한국은행 경기도지점 부장 등과의 대담자리였는데 각자 해당분야 전문가들이어서 나름 유익한 일자리 창출 아이디어들을 마구 쏟아냈다.

그 자리에서 필자는 패자부활전을 제기했다. 일시적 유동성문제 혹은 경영적 판단실수로 낭패한 실패기업인들 중에서 사업아이템이 좋고 도덕적 해이도 없는 자들을 엄선해서 재기의 기회를 주자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그러자 상대 논객들은 한마디로 어이없다는 반응이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은행의 모 부장은 필자를 한심하다는 식으로 흘겨보았다. 명색이 경제학자라는 자가 신용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무식한(?) 발언을 했으니 필자를 얼마나 한심하게 보았겠는가. 좌중의 분위기에 필자는 잠시 위축되기도 했으나 패널들의 구태의연하고 경직된 사고에 딱한 생각이 들어 개운치 않았었다. 그런데 10여년이 흐른 지금 국내 벤처금융기관의 수장이 또다시 "말도 안(?)되는" 발언을 한 것이다. 고용절벽이 너무 심각한 소치이다.

기업가란 어떤 존재인가. 돈 벌 수 있는 기회를 재빨리 간파하고 다른 사람에 앞서서 이윤을 얻을 수 있는 생산방법이나 기술, 신제품 등을 찾아내기 위해 지옥도 마다 않는 독특한 DNA의 소유자들이다. '공급은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로 유명세를 탄 프랑스의 경제학자 세이는 일찍이 "영국이 축적한 막대한 국부는 영국이 가진 기업가들에 기인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기업가들이야말로 국가번영의 초석임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기업가들은 경영 중에 사소한 실수라도 저지르면 한순간에 루저로 전락할 수도 있는 한계인간이다. 시카고경제학파의 창시자인 프랭크 나이트는 기업가를 보험과 같은 것으로 처리할 수 없는 불확실성을 감당하는 위험부담자(risk-bearer)로 해석했다. 즉 이윤이라는 상금을 쟁취하기 위해 위험도 불사하고 머니게임에 올인 하는 승부사이자 투기꾼인 것이다. 투기사업자란 사익(私益)을 얻기 위해 변칙도 불사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창조 해내는 인간들이다. 혁신이론의 전도사 슘페터 또한 기업가를 전인미답의 신천지를 개척하는 모험적인 인간들로 해석한 바 있다.

기업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부와 빈곤'의 저자 조지 길더는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기업가들은 교실이 아닌 공장이나 실험실 등에서 도약의 기회를 찾았다. 미국의 번영에 기여했던 탁월한 기업가들 중에서 아이비리그 -미국 동북부 8개 명문사립대- 출신은 극히 드물었다"고 회고했다. 가방끈이 길수록 기업가가 아닌 안정된 직장을 선호한 증거로써 교육이 기업가정신을 파괴하는 것이다. 작금의 청년창업 정책의 성과가 신통치 못할 수밖에 없다. 현대그룹의 창업자인 고 정주영 회장의 사례가 상징적이다.

벤처기업의 성공확률은 10%도 못된다. 또한 성공한 벤처기업인의 경우 보통 3~4번의 사업실패를 경험한다. 실패경험이야말로 매우 소중한 경영자원인 것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부(富)의 진정한 원천은 자연자원이나 물적 자본이 아닌 인적자본이다. 미국 정부가 실패한 중소기업인들의 재기에 팔을 걷어붙이는 이유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창업실패의 대가가 너무 혹독해 재도전은 언감생심이다. 칠전팔기의 감동드라마가 재연될 수 있도록 새정부의 역할을 기대한다.

/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