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 출신의 아담 스콧 선수가 지난 2004년 PGA 투어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이 대회 역대 최연소(만 23세 8개월)다. 이 기록을 지난 14일 대한민국 김시우 선수(만 21세 3개월)가 갈아치웠다. 미국 골프 해설가는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고, 미국민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뽑은 것 만큼 놀라운 일이다"고 했다.
제5의 메이저로 꼽히는 이 대회에는 PGA 투어 세계 랭킹 1~3위 선수를 비롯, 50위권 이내 선수 대부분이 참가했다. 우승상금은 21억3천만원에 달한다. 김 선수의 PGA 투어 랭킹은 75위였다. 2011년 마흔 나이에 이 대회에서 우승한 최경주 선수는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에 묵묵히 하는 선수라 대성할 줄 알았다"며 후배의 쾌거를 기뻐했다.
김시우는 이 대회에서 경이로운 쇼트게임 능력을 보여줬다. 마지막 날 선두권 선수들이 줄 보기로 주저앉는 난코스에서 노 보기로 마쳤다. 최종라운드에서 3m 이내 퍼팅을 15차례나 모조리 성공한 것은 백미(白眉)였다. 한달 전 바꿨다는 집게 그립이 효험을 봤다. 어릴 적 좋아했던 스페인 세르히오 가르시아 선수가 이 그립으로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는 것을 보고 따라 했다고 한다.
김시우는 살아있는 전설 타이거 우즈와 비교된다. 우즈의 통산 메이저 14승, PGA 투어 79승은 현역 선수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위업이다. 만 21세 3개월에 마스터스 대회를 제패했다. 21세 3개월인 김시우도 벌써 PGA 투어 2승이다. 섣부른 감이 있지만 대한민국 골프팬들을 들뜨게 한다.
우리에겐 그만 있는 게 아니다. 유럽 무대에서 맹활약하는 왕정훈(22)과 안병훈(25) 선수도 있다. 이들 영건이 서로 경쟁하면서 대한민국을 PGA 투어의 중심국으로 견인하기를 기대해 본다. 국내 팬들은 이제 LPGA뿐만 아니라 로리 맥길로이나 제이슨 데이, 조던 스피스 등 PGA 월드스타들과 우승을 다투는 대한민국 영건들을 보게 됐다. LPGA와 격이 다른 게 PGA다. 골프팬들의 월요일 새벽이 고단하게 됐다.
/홍정표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