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0년대 이후 소비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음악 압축포맷이었던 MP3 파일이 최근 '사망선고'를 받았다. MP3 기술을 개발한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와 이 기술의 실시권을 갖고 있던 테크니컬러 간의 특허 및 소프트 웨어 사용권 계약이 지난달 23일 종료된 것이다. MP3 특허권은 유럽연합에서 2012년 소멸된 데 이어 지난달 16일 미국에서도 만료됐다. MP3는 1990년대 말부터 MP3 플레이어의 보급과 인터넷 파일 공유 등에 힘입어 소비자들에게 대단한 인기를 끌어 사실상 표준 포맷의 지위를 얻었으나, 최근에는 AAC 등 기능이 더 많고 압축 효율도 더 높은 새 포맷에 밀리는 추세다. 이에 따라 MP3 파일은 서서히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예전에 밀려난 카세트테이프의 경우 요즘 소비가 늘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만 12만9천장의 카세트테이프가 팔렸다고 한다. 카세트 시장의 전체 매출이 전년 대비 74% 증가한 것이다. CD·LP 등 모든 음악 재생매체를 통틀어 성장률 1위가 카세트였다. 최근 개봉한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에서 남자 주인공이 '워크맨'을 통해 음악을 듣는 장면은 이러한 분위기를 잘 반영한다고 하겠다.
이는 사용하기 편하고 복제가 쉬운 디지털 음원에 소비자들이 오히려 피로감을 느끼는 것이다. 비록 음질은 디지털보다 조금 떨어지지만 단순히 음악을 즐기는 것을 넘어서 창작물에 대한 '소유'의 의미가 강하고, 음악 한 곡을 듣기 위해 정성을 들이며 옛날의 감성을 느끼고 싶은 젊은 소비자들이 카세트테이프를 찾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지난해 아이돌 그룹 샤이니가 5집 '1 of 1'을 테이프로 발매해 전량을 팔아치웠다. 국내 인디밴드인 '푸르내' '밤신사'는 CD나 MP3 음원보다 테이프로 먼저 신작을 공개해 초판을 매진시키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인터넷에서는 테이프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동호회를 개설하고 중고 테이프 및 플레이어 등에 대한 정보교환 및 판매 등을 하고 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디지털에는 사람들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그 '무엇'이 없음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김선회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