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개시료 지수 평균치 이상 나와 '양호' 개체수 증가 활발
수하암서 저어새·노랑부리저어새 '잡종 유전자형'도 확인
인천 연안에 주로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저어새가 활발하게 번식하며 개체 수를 늘려 나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8일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월부터 2년간 국내에 번식 중인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저어새'의 집단 간 유전자 다양성을 연구한 결과, 유전적 건강성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진이 인천 연안(매도, 수하암, 남동유수지, 구지도)과 전남 영광 칠산도 등 5곳에서 확보한 63개의 저어새 유전자 시료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유전자 다양성 지수(He)가 0.6으로 나타났다.
유전자 다양성 지수란 특정한 유전자에서 서로 다른 유전자형을 차지하는 빈도로, 평균값 0.5 이상인 경우 유전적 다양성이 높은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유전적 다양성이 높다는 의미는 동일한 종 내에서도 얼마나 다양한 유전자형을 갖는지 의미하는데, 유전적 다양성이 높은 경우 건강한 개체군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보통 집단 사육을 하는 경우 유전적 다양성이 낮아 질병이나 환경 변화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대표 번식지 중 한 곳인 수하암에서 저어새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노랑부리저어새의 잡종 유전자형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인천 수하암에서 확보한 알 껍질 2개에서 동물의 모계 유전자로 알려진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분석을 통해 저어새와 노랑부리저어새의 잡종 유전자형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계절적으로 격리된 여름 철새인 저어새와 겨울 철새인 노랑부리저어새가 번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진은 "최근 개체 수 증가로 인해 번식 집단의 확산으로 유전자 교류가 자유로이 이뤄졌음이 추정된다"며 "특히 매도와 수하암 지역 개체군의 유전적 다양성 수준이 높은 것으로 확인돼 인천 지역이 개발 압박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번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저어새는 주걱 모양의 길고 검은 부리가 특징인 조류로, 과거 300마리에서 3천900여 마리까지 개체 수가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러시아, 중국 등 동아시아 지역에 서식하는데 전체 번식 개체군의 90% 이상이 우리나라 서해안 일대 섬에서 번식하고 있다.
백운석 국립생물자원관장은 "우리나라에서 대다수 번식하고 있는 국제적 멸종위기종 저어새에 대한 유전자 연구가 최초로 이뤄졌다"며 "이를 바탕으로 과학적인 멸종위기 조류 보전과 관리 정책 수립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