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 토론회5
중소기업중앙회 경기지역본부와 경인일보가 공동으로 18일 개최한 '중소기업이 바라보는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 주제 토론회에서 참석한 패널들이 진지하게 의견을 나누고 있다. /하태황기자 hath@kyeongin.com

■심옥주 중기중앙회 경기지역회장
前 정부 효과거둔 정책 드물어
경제·사회적인 여건 열악해져
현장 엇박자 해소해야 '활로'

■이정섭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경쟁력없는 창업 생존율 떨어져
청년층 고용 대기업보다 탄력적
'협동조합' 적극적 지원 고려를

■홍순영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경제의 선순환 구조 잘 안 돌아
성장 막는 가장 큰 걸림돌 작용
'일감몰아주기' 대기업·중기 공멸

■박은숙 군포소상공인연합회 회장
전통시장 청년창업 환경 '미성숙'
체감형 소상공인정책 구현 필요
카드 수수료 인하 등 개선 절실

■서기만 경기벤처협회 회장
벤처기업 국가경제 주체되게
불공정거래 차단 등 추진돼야
'벤처 특별법' 상시법 전환을

■정용주 경기가구산업연합회 회장
정부·기관서 제품구매 도와야
경기조달청 신설도 이뤄져야
가구 원자재 수입관세 해결을


중소기업중앙회 경기지역본부와 경인일보는 중소기업주간을 맞아 18일 '중소기업이 바라는 새정부 경제 정책 방향'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했다.

지난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과 중소기업계의 현안을 살펴보고, 새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 방향과 주요 과제를 제시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토론회에는 중소기업단체 대표와 학계 전문가들이 참석해 심도 깊은 의견을 나눴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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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일=새 정부가 출범한 중요한 시기에 중소기업 정책을 놓고 진행하는 이번 토론회는 의미가 크다. 먼저 지난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과 관련해 평가를 해주기 바란다.

▲ 심옥주=중소기업계의 지난 4년간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는 후하지 못하다. 한마디로 말해서 공약은 많았지만 효과를 거둔 정책은 별로 없었다는 것이 솔직한 평가다. 지난 4년간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중소기업 만족도 조사를 진행해 보니, 불만족이라고 응답한 기업이 전체 기업 중 52.3%에 달했다.

▲ 홍순영=지난 정부의 정책은 출발은 거창했다.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앞세워 큰 그림을 제시했다. 하지만 제대로 실천이 되지 않았다. 4대 부문 개혁에 치중해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경제정책에서 대단히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 성장이다. 하지만 중소기업 창업을 활성화하고 벤처·창업 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데 실패하면서 지속가능 성장의 동력을 상실했다. 공정한 거래 공정한 경쟁을 실현하는 것도 이뤄지지 못했다.

▲ 이정섭=통계를 분석해 보면 지난 정부는 창업 등에서 양적인 지표가 나쁘지 않다. 문제는 질적인 부분에서 부족했다는 것이다. 기술창업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경쟁력이 없는 창업이 주를 이루다 보니 생존율이 크게 떨어졌다. 실제로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벤처기업 3년 생존율이 38%에 그친다.

▲ 박은숙=소상공인 지원도 양적으로는 확대됐지만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못했다. 대부분이 실적위주의 지원으로 끝났다. 전통시장의 경우 각각의 시장에 맞는 맞춤형 지원이 이뤄져야 하는데, 지원이 일괄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많은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별로 없었다.

▲ 서기만=기업규제 개혁을 역점으로 창업 중소·벤처기업 육성과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한 여러 정책들이 추진됐다. 하지만 대기업 중심의 산업경제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창업과 재도전을 유도하는 정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실천되지 못하면서 많은 정책 만큼의 효과를 거둬내지는 못했다.

▲ 박상일=전반적으로 그림만 크게 그려놓고 실천하지 못했다는 평가인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 중소기업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홍순영=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창업이 이어지고 이에 따른 일자리 창출, 소비 확대, 창업 및 재기 확대가 물 흐르듯이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창업부터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활력이 떨어지고 순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대기업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도 심각한 문제다. 이러다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모두 공멸하게 된다. 대기업에 의한 기술탈취, 원사업자의 하도급대금 부당결정 및 감액 등도 중소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 심옥주=국가 경제 뿌리인 중소기업의 성장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근래 중소기업을 둘러싼 경제·사회 환경은 열악해지고 있다. 실업 및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지속적인 성장 잠재력 저하, 전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에 따른 해외판로 확보 애로 등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 박은숙=전통시장 내에서도 청년들을 중심으로 창업 시도가 많이 이뤄졌다. 하지만 창업에서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이 안돼 있다. 제도와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속에서 무모한 창업, 보여주기식 창업이 이어지다 보니 많은 예산이 헛되게 쓰이고 있는 실정이다. 아마 이같은 상황은 전통시장 창업 뿐 아니라 중소기업계 대부분에서 비슷할 것이라고 본다.

▲ 박상일=그렇다면 새 정부에서는 어떤 중소기업 정책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 이정섭=일자리 창출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인위적이고 단기적이며 재정투입을 중심으로 한 일자리 창출보다는, 창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고성장 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 지역특화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이뤄져야 한다. 두번째로 중요한 것은 중소벤처기업의 성장을 정부 차원에서 돕는 것이다. 청년층 고용에 있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 협동조합에 대한 지원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 심옥주=협동조합 지원에 대해 공감한다. 협동조합을 살려줘야 하는데 사실 협동조합이 가져야 할 권한을 빼갔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아울러 중소기업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까다로운 환경이나 노동 관련 법을 지켜가기가 쉽지 않다. 기업이 먼저 살아야 된다는 시각에서 이런 문제들을 살펴봐 줬으면 한다.

▲ 박은숙=지역경제 활성화와 체감형 소상공인정책 구현이 필요하다. 새로운 정부는 경기도 골목상권의 온기를 훈훈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들의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소상공인의 신용카드수수료 인하, 음식·선물의 허용 기준액을 개선해 주길 바란다. 대형마트 개점과 관련해 전통시장에 포함돼 있지 않은 주변 상인들도 협력사업에 포함되도록 하는 정책적 배려도 필요하다.

▲ 정용주=중소기업들 중에서도 3D 업종은 경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구산업도 이에 해당된다. 이런 업종들을 살리기 위해 정부와 공공기관이 중소기업제품 구입을 확대하고, 인력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주어야 한다.

▲ 박상일=좀 더 구체적으로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새 정부가 중점 추진해야 할 중소기업 정책과제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 심옥주=협동조합을 살리기 위해 현행법을 제대로 살펴보고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도록 했지만, 실제로 협동조합의 최대 장점인 공동구매와 공동판매는 장벽에 막혀 있다. 대기업들이 가격을 통제하면서 공동구매가 의미를 갖지 못하고, 공동판매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담합'으로 브레이크를 건다. 이런 정책과 현장의 엇박자를 해소해야 중소기업이 활로를 찾을 수 있다.

▲ 서기만=중소·벤처기업이 국가경제의 주체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차단과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하도급거래 공개, 재도전기업 기회 확대, 창업기업의 민간투자 및 M&A활성화 등이 추진돼야 한다. 아울러 중소·벤처기업 중심의 경제체제가 실현될 수 있도록 관련 부처를 신설하는 것도 시급하다. 현재 한시법인 벤처특별법을 상시법으로 전환하고, 벤처기업지원정책을 금지규정 외에 모두 허용하는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

▲ 정용주=경기지역 중소 제조업체들의 오랜 숙원인 경기조달청 신설이 새 정부에서 이뤄졌으면 한다. 아울러 청년 고용을 늘리기 위한 정부의 지원을 보다 확대해야 한다. 또한 가구의 경우 원자재 수입시 부과되고 있는 8%의 관세 문제도 적극적으로 해결해 줬으면 좋겠다.

/정리=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

<토론회 참석자>
# 심옥주 중소기업중앙회 경기지역회장
# 이정섭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 홍순영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 박은숙 군포소상공인연합회 회장
# 서기만 경기벤처협회 회장
# 정용주 경기도가구산업연합회 회장
# 박상일 경인일보 경제부장(사회)
(※서기만·정용주 회장은 일정 문제로 미리 제시된 논의 내용에 대해 서면으로 의견을 보내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