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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석 규모의 DRFA 365 예술극장 상영관. /DRFA 365 예술극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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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를 보내는 문화생활에서 영화관람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6년 문화향수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연극·미술·대중음악 등 여러 문화예술 분야 가운데 '영화 관람률'이 73.3%로 가장 높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영화를 즐기고 있지만, 막상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에 가면 보고 싶은 영화가 딱히 없는 경우가 많아 영화를 고르는 일이 쉽지 않다. 몇몇 영화를 여러 스크린에 동시에 상영하거나 한 작품을 오래도록 상영하는 경우가 많다.

모처럼 보고 싶은 영화가 생겨 극장에라도 가려고 하면 흥행 대작들에 밀려 이미 스크린에서 사라져버린 경우도 종종 경험한다. 천만 관객 영화가 해마다 2~3편씩 만들어져도 다큐멘터리와 독립영화는 일반 극장에서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같은 대형 멀티플렉스의 도전 속에서도 특별한 가치로 무장한 영화관들이 최근 인천에 잇달아 들어서며 관객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대형 멀티플렉스가 공급하는 상업 영화를 고르다 지친 관객들이 인천의 이색 영화관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고전 희귀 영화부터 다큐멘터리와 독립영화 등을 상영하며 다양한 사람들의 색다른 취향을 공략하고 있는 인천의 이색 극장들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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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 우거진 갯벌과 '고전 데이트'

국내 개봉한적 없는 희귀작품만 엄선
35석규모 상영관 10만명 넘게 다녀가

■DRFA 365 예술극장


인천 강화도에 딸린 작은 섬 동검도에 있는 'DRFA 365 예술극장'은 희귀 고전 영화와 따뜻한 커피, 억새가 펼쳐진 드넓은 갯벌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아름다운 극장이다.

2013년 문을 연 이 극장에서는 전 세계의 고전영화와 작가주의 예술 영화, 거장의 반열에 오른 유명 감독이 연출한 초기 작품을 이름처럼 365일 만날 수 있다.

이 극장은 개관 4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을 주는 장소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이곳에는 최근까지 10만명 이상의 관객이 다녀갔는데, 객석이 35석에 불과한 극장 상황을 고려하면 거의 매번 90% 이상 객석을 채웠다고 보면 된다고 극장 측은 설명한다. 10만명이라는 숫자는 사실은 이 극장에서 제공하는 커피 판매량만을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실제 관객은 그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한다.

이 극장은 시나리오 작가이자 영화 감독인 유상욱씨가 극장 오픈 이후부터 대표를 맡아 운영 중이다. 이곳은 1999년 발족해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한 영화 동호인의 모임인 DRFA(Digital Remastering Film Archive) 동호회가 시작이다.

영화를 공부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보아야 할 소중한 필름들이 사라져 가는 현실에 안타까워하던 사람들이 희귀 필름을 찾아내 디지털로 복원하자는 취지에서 결성된 동호회다.

회원들은 그렇게 모여 한 달에 한 차례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영화를 찾아내 번역과 디지털 작업, 색 보정 등의 작업을 거쳐 이곳 저곳을 옮겨가며 상영회를 가져왔다.

그러던 차에 멋진 영화를 감상하고 난 뒤에 아름다운 자연 풍경 속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서로 나누며 함께 작품의 여운을 즐겨보는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고, 장소를 찾던 중 강화도에 딸린 작은 섬 동검도가 유 감독의 눈에 들어왔다.

유 대표는 "갯벌에 억새만 가득한 외진 곳에 극장을 만들겠다고 하니 걱정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지금 그러한 점이 오히려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게 된 이유가 됐다"고 말했다.

DRFA 365 예술극장에서는 영화를 상영하는 원칙이 있다. 배급사를 통해 출시되지 않은 미공개 작품이나, 영화사에서 중요한 작품만을 엄선해 상영한다.

국내에서 상영이 됐던 작품은 거의 취급하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동호인들이 일일이 전 세계를 뒤져 1~2회 상영할 수 있는 판권을 확보하고, 변역도 자체적으로 해결한다. 번역은 외부로 절대 유출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다.

수많은 희귀 영화들이 이 곳에서 상영됐는데, 뮤지컬 영화 '사운드오브뮤직'의 원작이 된 독일 영화 '보리수'도 상영됐고, 톨스토이의 부활을 원작으로 한 롤프 한센 감독의 '부활'도 상영됐다.

유상욱 대표는 "한국에서 절대로 만날 수 없는 고전 영화와 아름다운 풍경이 극장이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이유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소: 인천광역시 강화군 길상면 동검리 83-13. 연락처: 070-7784-7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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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마을 일상에 녹아든 새 여가생활

식사·술자리로 끝나던 친목모임 변화
'주민 소득 섬내 환원' 경제적 효과도

■강화작은영화관


강화작은영화관은 도심 멀티플렉스 극장에 걸리는 최신 상영작을 상영하는 극장이다.

이 극장은 지난 2015년 2월 개관 이후 2년 만에 관객수가 강화군 인구의 두 배를 웃도는 15만명에 이르는 등 지역 대표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스크린에 걸리는 작품으로만 보자면 '강화작은영화관'은 기존 도심의 다른 극장과 다를 것이 별로 없어 보이는 평범한 극장이지만, 강화도 주민들에게는 이젠 없어선 안될 존재가 됐다.

강화도에는 지난 1991년 마지막 극장이 폐업한 이후에 제대로 된 극장이 들어선 적이 없었다. 때문에 대한민국을 떠들썩 하게 만든 1천만 관객 영화 소식이 뉴스에서 흘러 나와도 평범한 강화도 주민 대부분은 그 궁금증을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 2015년 2월 이 작은 영화관이 생긴 이후에 시골 마을에는 큰 변화가 생기고 있다.

밥 먹고, 차 한잔 마시거나, 술 마시고 끝나버리던 식상한 친목 모임 스케줄에 영화감상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여가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강화도에서 일하는 공무원들도 술자리를 위주로 한 회식 대신에 영화 한 편 보고 헤어지는 색다른 회식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등 극장 때문에 마을 주민들의 생활에도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 극장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최신 상영작 영화를 감상하기 위해 큰 맘을 먹고 멀리 일산이나 김포, 인천 도심까지 가는 등 시간과 돈을 부담해야 했다.

배흥규 강화군청 문화예술팀장은 "강화도 주민들이 밖으로 영화를 보러 나갈 때는 단순히 영화 한편만 보고 오는 것이 아니어서 10만~20만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며 "영화관이 생긴 이후로는 섬 안에서 소비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주민 소득이 지역에 환원되는 긍정적 효과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강화작은영화관은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민 문화향유권 향상을 위해 전국의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공모사업에 선정돼 문을 연 제1호 영화관이다.

※주소:인천시 강화군 국화리 강화문예회관 2층(고비고개로 19번길 12). 연락처:(032)934-7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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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44만여명 발길 '예술영화 사랑방'

지자체가 만든 전국 최초 예술영화 전용관
유료관객 수 늘고 외압 없이 '독립성' 지켜

■영화공간주안


영화공간주안은 인천 뿐 아니라 수도권을 대표하는 예술영화 전용 상영관으로 자리를 잡았다.

지방자치단체가 만든 전국 최초의 예술영화 전용 상영관으로 인천을 비롯한 서울, 경기도에서 찾아온 영화 마니아들의 사랑방이 된 공간이다.

대형 멀티플렉스 상영관과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이 곳은 4개 상영관을 갖추고 있어 다큐멘터리나 독립영화를 선호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나름의 멀티플렉스나 다름 없다.

영화공간주안은 인천 남구가 건물을 매입해 지난 2007년 4월 30일 문을 열었다. 벌써 10년이 지났는데, 개관 당시 직원 4명과 2개의 상영관이던 이 공간은 지금은 4개 상영관에서 직원 7명이 일하는 극장으로 성장했다.

지난 10년간 2천여편의 작품이 3만5천여차례 스크린에 걸렸고 44만2천여명의 관객이 극장을 다녀갔다. 거의 해마다 유료관객이 30%씩 늘어났다고 극장 관계자는 밝히고 있다.

영화공간주안의 이 같은 성장은 전국의 예술영화관이 문을 열고 닫고를 반복하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 전국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로 주목하는 '롤모델'이 되고 있기도 하다.

영화공간주안은 단순히 영화만 상영하는 곳이 아니다. 영화를 매개로 관객과 직접 만나는 행사도 꾸준히 열리고 있다.

영화를 감상하고 정신의학 전문가와 대화를 나누는 '사이코시네마 인천'은 4년째 이어오고 있고, 관련 전문가와 예술영화의 깊이를 알아가는 '영화공간주안 예술영화워크숍', 감독, 프로듀서, 배우, 관련 전문가와 관객의 특별한 만남을 선사하는 '영화공간주안 시네마토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극장 운영에 나름의 독립성도 잘 지켜지고 있다. 권력을 불편하게 만드는 영화도 이곳에서는 꾸준히 걸려왔다.

극장 관계자는 영화공간주안이 변함없이 사랑을 받으며 예술영화 전용관으로서의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었던 것은 상영 프로그램의 '완벽한 독립'이 유지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영화공간주안 설립 과정부터 지금까지 이 곳에 몸담고 있는 김정욱 관장은 "영화 상영작에 있어서는 지난 10년간 단 한 번도 어떤 영화를 틀라고 하거나 틀지 말라는 식의 외압이 전혀 없었다"며 "단체장과 관계 공무원, 구의회 등과 꾸준히 대화하고 소통했고, 그 분들이 극장을 믿고 극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전문성을 인정해 줬기 때문에 얻어진 결실이다"고 말했다.

※주소:인천시 남구 주안동 메인프라자 7층(미추홀대로 716). 연락처:(032)427-6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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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클릭아트

실버들 위한 '그 시절 추억의 명화' 선물

1957년 천막극장으로 시작한 역사 있는 곳
청소년 진로체험 학교등 '소통가교' 역할도

■추억극장미림


추억극장미림은 연세 지긋한 노인들을 주요 타깃으로 해 '실버극장'이라는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우는 극장이다.

특별히 여가 문화라고 할 것이 없던 시대를 살아온 노인들에게 사실상 유일한 문화였던 그 시절 추억의 명화를 저렴한 가격에 상영하고 있다.

지난 1957년 인천 동구 송현동에 천막극장을 세워 무성영화 상영을 시작으로 문을 연 '미림극장'은 당시 인천을 대표하는 영화관으로 오랫동안 인천 시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온 역사가 있는 문화공간이다.

그러다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 상영관의 공세 속에 지난 2004년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폐관한 이후 한동안 시민들의 곁을 떠나 있었다. 그러다 지난 2013년 '인천형사회적기업'으로 태어나 '추억극장미림'이란 간판을 달고 다시 극장 문을 열어 즐길 거리가 여전히 마땅치 않은 50대 이상의 노인들의 문화생활을 위해 추억의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미림극장은 그렇다고 과거 추억을 소비하는 데만 머무르는 고리타분한 공간은 아니다. 나이 든 특정 세대를 가둬두는 고립된 공간이 아니라, 어르신과 지금 극장을 찾는 젊은이들과 어린이들이 서로 소통하고 그들이 새로운 추억을 가져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외부 지원을 받아 어린이들을 위한 문화학교를 운영해 아이들이 스스로 영화제를 개최하기도 하고, 영화계 진출을 꿈꾸는 청소년을 위한 진로체험 학교도 운영했다.

예술인복지재단에 도움을 얻어 젊은 예술가들이 극장 공간을 활용해 다양한 예술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때로는 모든 세대가 어울릴 수 있는 노래자랑이 열리는 공연장이 되기도 하고, 극장과 역사를 함께해 온 추억의 물건을 찾아내 전시를 여는 박물관이 되기도 한다.

추억의 영화 뿐 아니라 극장을 찾지 못하는 다양한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도 상영작에 포함하며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고 있다.

추억극장미림의 살림을 도맡아 하는 최현준 운영부장은 "극장이 노인들을 위한 문화공간이기는 하지만 다른 세대와의 소통이 차단되는 고립된 공간이 되는 것도 경계하고 있다"며 "옛 추억을 소비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세대에게 새로운 추억을 선물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소:인천시 동구 화도진로 31. 연락처:(032)764-8880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