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게잡이 폐어구 곳곳 방치
파이프속에 진흙 악취 진동
중구 "우리일 아니다" 뒷짐
어민사고·생태계 훼손우려
인천 영종도 갯벌이 무단으로 설치된 칠게잡이 어구(漁具)로 뒤덮인 채 썩고 있다. 갯벌 생태파괴는 물론 어민들도 어업 중 상해를 입을 우려가 있어 수거가 시급한 상황인데도 관할 자치단체는 실태 파악조차 안하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1시께 찾은 인천 중구 용유도 해변 인근 영종도 서단 갯벌. 갯벌 위 여기저기에 원통형 어구가 방치돼 있었다.
갯벌 안으로 1m정도 들어갔을 뿐인데 지름 약 15㎝, 길이 2m의 원통형 어구 수십 개가 쉽게 발견됐다. 갯벌을 삽으로 떠내자 깊게 파묻혀 있는 어구들을 볼 수 있었다. 어구 인근에 꽂힌 막대기 수로만 추정해도 반경 200m 내에 불법 칠게잡이용 어구가 수백 개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칠게를 잡기 위해 설치한 이 불법 어구는 원통 양옆이 그물로 막혀 있어 칠게가 빠지면 나오지 못하는 구조로 돼 있다. 이 때문에 파이프 안쪽에 고인 진흙은 순환되지 못하고 썩어 악취가 진동했다.
파이프는 PVC 소재로 돼 있어 썩는 데만 수백 년이 걸려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데다가 갯벌에서 맨손어업을 하는 어민들이 다칠 우려도 있는 상황이었다.
조창남 인천수협조합장은 "외지인이 함부로 설치한 불법 칠게잡이 어구 때문에 갯벌이 썩고 망가지고 있어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데다가 어민들이 조개를 잡으면서 다칠 수도 있어 중구청과 해수청의 즉각적인 철거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환경단체 역시 저어새와 백로 등 물새를 비롯한 다양한 종의 어류가 서식해 세계적인 생태 우수성을 가진 영종도 갯벌이 불법 어구로 망가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해양환경관리법 제5조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해양오염으로 인한 위해(危害)를 예방하고 훼손된 해양환경을 복원하는 등 해양환경의 적정한 보전·관리에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또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해양생태계와 해양경관이 파괴·훼손되거나 침해되는 때에는 최대한 복원·복구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중구청 관계자는 "해당 지역에 대해서는 특별히 발생한 민원이 없었으며 해양쓰레기 처리는 구청이 할 일이 아니다"며 실태 파악은 물론 책임조차 회피하고 있다.
인천녹색연합 장정구 정책위원장은 "어구의 형태로 보아 최근 새로 설치된 것이 아닌 데다가 영종 갯벌은 이미 2014년부터 불법 칠게잡이 어구로 문제가 됐던 사실을 알고 있는데도 아직 상황조차 모르고 있는 것은 중구청의 직무유기"라며 "인천항과 인천국제공항에 인접해 세계적인 우수성으로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갯벌인 만큼 갯벌 복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