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 탄핵정국속 부정·비리
과거청산 회고적 투표 경향 높아
盧정권 정치적 동원 성공한 반면
그 지지대중의 경제적 이익 실현
만족시켜 주지 못함으로써 실패
신정권이 가장 꺼리는 '반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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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 한신대 대학원장
1.1. 19대 대통령선거가 끝났다. 선거결과를 두고 지역선거가 세대선거로 대체되었다고 평가한다. 정치적 지지양태가 호남과 영남 간의 지역균열에서 50대 이하와 60대 이상의 세대균열로 바뀌었다고 한다. 특징적인 모습은 50대 유권자들이 연령효과보다는 세대효과에 의해서 보수가 아닌 진보의 대열에 동참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연령효과는 젊은 층이 진보정당을 지지하고 장년층 이상이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양상으로 작동하는데, 이른바 '86세대'인 50대의 세대효과가 작동하면서 세대간 균열지점이 높게 이동하였다고 한다.

1.2. 선거는 정치세력과 유권자 시민이 만나서 정치적 지지를 동원하고 정치적 지향을 요구하는 접점이다. 이 교환은 민주주의에서 항상적으로 이루어지지만 주기적인 선거가 교환의 구조와 안정성을 결정한다. 누가 누구를 어떻게 지지하는가? 첫째는 다원주의적 이익집단 패러다임으로서 개인과 집단의 이익을 정치적 지지를 통하여 표출하는 방식이다. 둘째는 엘리트주의 패러다임으로서 대규모 관료조직들의 엘리트간의 경쟁을 통해서 정치적 대표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셋째는 계급주의적 패러다임으로서 계급정당체제를 통하여 특정 계급의 정치적 지향으로 국가를 조직하는 방식이다. 자본주의국가의 지배적인 교환방식은 원론적인 계급정당체제라기보다는 다양한 사회조직을 대표하는 엘리트간의 경쟁과 조정을 통한 이익집단 패러다임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무엇을 교환하는가? 경제적 전유와 문화적 헤게모니, 즉 경제적 이익과 이념적 정체성을 매개로 선거가 이루어지고 그 결과를 통해 정치세력과 유권자 시민들이 결합되는 양식을 취한다.

1.3. 정치적 지지의 균열이 세대로 나타나건 지역으로 나타나건 그 배경에는 나름대로의 근거와 동원의 맥락이 존재한다. 전통적인 지역균열은 자본주의적 산업화가 경부축을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상대적으로 혜택을 누린 영남지역과 상대적으로 소외된 호남지역간의 균열이었다. 군부-기업-관료-영남의 엘리트 연합과 야당-재야-사회운동-호남의 피지배연합이 대치하는 형국이었다. 그 결과 이념적 정체성에 있어서도 영남지역은 보수-성장-안보 이념으로 호남지역은 진보-민주-통일 이념으로 각각 분리되면서 동원되었다.

1.4. 1997년 외환위기와 더불어 신자유주의체제가 공고화되면서 이러한 상황은 급변하였다. 이념적 정체성보다는 경제적 이익의 문제가 더 중요해졌다. 이명박정권은 '747공약'으로 박근혜정권은 '경제민주화'와 '474경제비전'을 통해 집권에 성공하였다. 이념적 정체성을 외부화시키면서 경제적 이익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기 때문이었다. 보수대연합은 기존의 이념적 균열을 유지하면서도 진보연합을 위축시킬 수 있었다.

1.5. 이번 대선은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이후에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이익을 둘러싼 미래전망적 투표라기보다는 과거청산적 회고적 투표의 경향이 더욱 압도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념적 정체성에 기반한 정치적 지지는 즉발성과 휘발성이 강해서 쉽게 동원되고 철회될 수 있지만, 경제적 이익에 따른 정치적 지지는 구조적이어서 쉽게 동원되지는 않지만 일단 동원되면 대단히 공고하다는 사실이다. 설사 많은 유권자들이 탄핵정국 속에서 양극화에 따른 상대적 박탈을 강하게 인식하고 표출하였다 하더라도 정치적 선택의 지형이 탄핵과 정치적 보수/진보 구도 하에서 치러지면서 경제적 이익 자체가 선택의 대상은 아니었다.

1.6. 대통령 선거가 회고적 투표로 이루어졌다면 실제 정치적 교환은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유권자들은 탄핵정국 속에서 부정과 비리, 그리고 헌정문란과 가장 거리가 먼 정치세력이 경제적 이익의 실현에 있어서도 상대적으로 유능하리라는 기대감을 갖고 투표에 임했을 것이다. 집권세력들이 지지자들의 잠재적 요구에 부응하지 않는다면 지지의 철회는 불가피하지만 기대 이상의 성취를 보여줄 경우에는 지지의 확장이 이루어질 수 있다. 정치적 교환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노무현 정권은 정치적 동원에 성공한 반면 그 지지대중의 경제적 이익을 실현시켜 주지 못함으로써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신 정권이 가장 피하고 싶은 '반면교사'의 사례일 것이다.

/윤상철 한신대 대학원장